“당분간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다.”(포스코)
“(가격인하) 협상이 빠르게 진척되기를 기대한다.”(현대중공업)
선박에 쓰이는 후판의 가격을 놓고 포스코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가 팽팽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선박제조에 쓰이는 강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인해 후판 가격 조정문제는 조선업체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올해 조선업계의 후판 소비량은 540만톤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일본에서 30%, 중국에서 15%를 충당하고, 나머지 55%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에서 구매하고 있다.
양 측이 신경전을 벌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일본 철강업계의 후판가격 인하에서 촉발됐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를 대표해 일본 철강업계와 두달 가량 가격협상을 벌인 끝에 4일 올 2분기부터 톤당 가격을 680달러(한화 65만원)에서 100달러 내린 580달러(55만5,000원)에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그 동안 가장 비쌌던 일본산 수입 후판이 오히려 포스코나 동국제강의 후판(톤당 61만5,000원)보다 6만원 가량 더 싸지게 됐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가격 역전을 계기로 국내 철강업계에 ‘적절한’ 가격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4년 톤당 340달러 하던 일본산 후판 수입가격이 지난해말 680달러로 두배나 치솟아 공급업체에 가격인하를 강력히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며 “일본산 뿐 아니라 국내 후판 가격도 비정상적으로 높아 이번 기회에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측과의 협상이 끝나지 않아 그 동안 국내가격 인하 문제는 지지부진했지만, 이제 협상 기준점(일본산 수입 가격)이 마련된 만큼 가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이 같은 드라이브에 곤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철강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후판 가격인하 요구는 자칫 수익성을 나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수급상황을 지켜보자”, “원자재값 절감 등 가격변동 요인이 있어야 내릴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한 차례 톤당 가격을 3만원 인하했다”며 “후판 내수가격은 납기나 서비스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변동이 심한 수입가격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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