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양쪽의 힘이 엇비슷할 때 재미가 있다.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싸움, 그것도 8명이 한꺼번에 달라붙는 싸움이라면 흥미는 만점이다. 오는 8일 개막하는 2006시즌 프로야구의 판도가 딱 이 모양이다.
삼성과 LG-라이벌이라고 강조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무래도 관심사는 지난해 챔피언 삼성과 시범경기 1위의 돌풍을 일으킨 LG다. 지난해엔 LG 이순철 감독이 의식적으로 ‘타도 삼성’을 외치며 애처롭게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려 했지만 올해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전히 삼성은 ‘1강’으로 꼽히지만 나머지 7개 구단이 합세해 거부감을 드러냈던 지난해만큼의 위압감은 없어 보인다. 배영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점과 안지만 강영식 등 마운드의 허리가 예전만 못한 것이 오히려 걱정스럽다.
반면 시범경기에서 약진한 LG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스톱’으로 치면 여전히 ‘똘똘한 패 석장’은 없지만 선수들은 풍성하다.
외국인투수 텔레마코와 아이바가 가세했고, 최상덕 이승호 심수창 등 선발투수 후보들이 넘친다. 마해영이 가세한 타선도 중량감이 생겼고, 박기남 박병호 박경수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도 급성장했다.
시범경기의 팀 방어율 1위(2.85)의 위력이 단지 ‘전시용’에 그치지만 않는다면 LG의 올시즌은 기대해 볼 만 하다.
도대체 꼴찌 후보가 누구야?
최근 몇 년간 최하위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롯데 덕분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에이스’ 손민한과 돌아온 ‘흑갈매기’ 호세가 버티고 있는 롯데는 4강 전력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지난해 최하위 기아는? 김진우에 10억원짜리 거물 신인 한기주가 가세한 마운드, 장성호 이종범 등이 건재한 타선. 4강은 기본이고, 내친김에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이다.
그나마 약하다고 평가 받는 두산과 현대도 얕봤다간 큰 코 다친다. 해마다 꼴찌 후보로 꼽혔던 두산은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시즌도 김동주 홍성흔의 부상으로 힘겨운 레이스가 예상되지만 또 어떤 선수가 ‘잇몸’으로 버틸지 알 수가 없다.
현대도 마찬가지. 정민태와 조용준이 후반기에나 합류가 가능할 정도로 선수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김재박 감독은 현역 감독 중 가장 우승을 많이 경험한 명장이다. 계약 마지막 해인 김재박 감독이 어떤 무서운 힘을 발휘할 지 예측불허다.
‘믿음 야구’의 종착역은 우승?
올해는 한화가 삼성의 ‘대항마’로 꼽힌다. 망가진 선수들도 척척 살려내는 명장 김인식 감독의 지휘봉에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구대성이 마무리로 가세했다.
유격수 김민재와 2루수 클리어의 영입으로 내야의 ‘구멍’이 없어졌다. 문동환 송진우 정민철 최영필에 부상에서 회복한 권준헌 송창식이 더해져 마운드도 강력해졌다. 김태균 데이비스 이범호는 말이 필요 없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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