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로비 정황을 포착하면서, 실제 로비가 있었다면 로비의 주체와 대상이 누구인지, 또 로비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사원은 현재 ▦외환은행 매각자문 수수료로 거액을 받은 E사의 대표 박모씨가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준 데 대한 대가로 돈을 건넸을 가능성과 ▦제3의 세력이 박씨의 계좌를 빌렸을 경우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대표 박모 씨는 누구인가
감사원으로부터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씨는 1999년 12월까지 외환은행에서 근무한 뒤 벤처캐피탈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컨설팅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2003년 이전에도 외환은행 기업 고객들의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외환은행에 자문을 해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박씨는 98년 외환은행이 코메르츠방크로부터 외자유치를 받을 때도 실무를 담당했다”며 “이런 경험 때문에 박씨의 후임자가 2003년 매각 건을 담당하면서 이런 저런 실무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 자문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힘든 돈 거래
감사원은 일단 박씨가 대표로 있는 E사가 당시 외환은행 매각주간사로 선정돼 국내ㆍ외 잠재적 투자자를 물색해 왔던 모건스탠리와 비슷한 규모의 수수료를 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E사는 M&A 관련 컨설팅 경험도 일천할 뿐 아니라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의 역할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박씨와 정식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주로 외자유치와 관련한 실무에 대해 편하게 도움을 받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단순한 역할을 해준 대가로 12억원을 받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특히 박씨가 받은 수수료 12억원의 절반인 6억원이 50여 개 계좌를 통해 다시 빠져나간 것 또한 로비나 대가성 목적이 아니고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감사원 관계자도 “50여 개 계좌 중 일부에서 로비의 정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로비를 했다면 목적은?
이 때문에 감사원은 ▦박씨가 매각자문사로 선정된 데 대한 보답성으로의 대가 제공 ▦제3의 세력이 박씨 계좌를 통한 로비 가능성 등 두 가지 갈래로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자문사 선정에 따른 대가성이라면 당시 은행 경영진 등 은행 관계자들 쪽으로 돈이 빠져나갔을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은행 관계자들은 배임을 한 셈이며, 부실금융기관 당사자로서 도덕적 책임 또한 면하기 힘들다.
당시 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정부 당국자도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간사로 둔 마당에 별도의 매각자문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었다”며 “E사나 박씨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
그러나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강원 전 행장은 2002년 말 외한은행 내 매각실무팀 관계자들이 ‘실무 도움을 받고 있다’며 소개 시켜주면서 박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제3의 세력이 단순히 박씨 계좌를 빌렸을 가능성도 있다. 론스타를 비롯한 매각건 관련, 이해당사자측이 박씨 계좌를 통해 외환은행 측에 로비를 했거나, 아니면 외환은행 측이 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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