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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프로 "어른들도 웃겨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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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프로 "어른들도 웃겨주면 안되겠니?"

입력
200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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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TV 3사의 코미디 대전(大戰)이 치열하다.

KBS가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와 지난해 5월 신설한 ‘개그사냥’으로 ‘코미디 왕국’의 아성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SBS는 지난달 21일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세트 플레이를 펼칠 ‘개그1’을 신설했다. MBC도 2월 ‘개그夜’를 신설해 코미디 경쟁에 뛰어든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정통 코미디를 되살린다는 취지로 기획된 파일럿 프로그램 ‘코미디 액츄얼리’를 선보였다.

그러나 코미디 프로그램의 양적 팽창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모든 국민이 웃으면서 잠들게 하고 싶다”는 ‘영원한 웃음전도사’ 고 김형곤씨의 바람은 요원해 보인다.

MBC의 ‘코미디 액츄얼리’를 제외하면, ‘개그콘서트’가 터를 닦고 ‘웃찾사’가 길을 넓힌 10대, 20대를 주 타깃으로 한 ‘공개 스탠드업 코미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2, 3명 이상이 팀을 이뤄 등장해 짧은 시간 안에 언어유희 중심의 개그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것이 대세를 이루면서, 30대 이상이 웃고 즐길 만한 코미디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지상파 3사가 앞다퉈 신설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각 방송사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2부 리그’ 성격이 짙다. KBS의 ‘개그사냥’은 신인 개그맨들이 출연해 심사위원과 관객의 평가를 거쳐 우승자를 가리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SBS ‘개그1’ 역시 ‘웃찾사’에 나오지 않는 신인들의 무대다. 여기서 반응을 보고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에도 출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과거 KBS가 고 김형곤씨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과 같은 풍자 코미디 등으로 전 세대를 아우른 ‘유머 1번지’, 공개방송 형식을 도입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쇼! 비디오자키’ 등으로 프로그램마다 차별화를 시도하며 코미디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것과는 비교된다. 여전히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만담, 풍자 코미디까지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일본 등 외국의 예도 먼 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초고속 언어유희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만 맞추다 보니, 깊이 있는 풍자 코미디가 실종된 것도 문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요즘은 풍자라고 해봤자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한 번 말하고 넘어가는 정도에 그친다”며 “일명 디지털 개그가 등장하면서 김형곤, 최양락 등이 선보인 날카로운 정치 풍자의 맥이 끊긴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획일화, 그에 따른 10대, 20대 관객층으로의 쏠림 현상 심화에는 방송사의 조급증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스탠드 업 코미디’와는 거리를 둬온 MBC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웃는 데이’를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신설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폐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모 방송사의 예능 PD는 “‘웃찾사’의 예에서도 보듯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려면 적어도 1년은 시간을 주고 다듬어나가야 한다”며 “당장의 시청률 경쟁에만 매달려서는 코미디의 장기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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