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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칼럼] 부모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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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칼럼] 부모공화국

입력
2006.04.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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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단이 귀국한 자리는 선수 아버지가 집행부를 원망하는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모양새가 우스워졌다고 한다.

오죽하면 공항까지 나가서 ‘아들이 울며 전화했다’ ‘파벌 싸움에 희생됐다’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겠냐마는 그 아들의 나이가 21세이다. 세상이 자처럼 공정한 것은 아닐진대 문제가 있든 없든 스스로 자기 주장을 못해서 부모까지 나서야 할 나이는 지났다.

한국사회는 매사에 부모가 지나치게 나선다. 자식이 미성년자이거나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아니라 지극히 건강한 성년인데도 부모가 나서는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그 경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큰 일이다.

●쇼트트랙 선수 아버지 공항 소동

대학생이 된 자녀의 성적관리를 위해 교수들에게 전화하는 학부모도 있고, 취직시험에까지 따라가는 부모도 있다. 이런 일은 20년 전에는 아예 볼 수 없었고 10년 전에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 사회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데 부모와 자식문제만큼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예전보다 경쟁이 심해져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니 청년기의 문제를 부모들이 힘을 합쳐서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일쇼크로 취업률이 매우 낮았던 70년대 후반에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염치가 사라져서일까. 그렇다고 본다. 염치가 없어진 데다 농경사회의 흔적인 가족중심주의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 합쳐져서 기묘한 부모공화국을 만들어내고 있는듯하다.

그것이 극대화한 것이 재벌들의 가족승계이다. 재벌 2, 3세들은 부모 덕에 풍요로운 환경에서 컸고 아쉬울 것 없이 공부도 했지만 대부분 부모의 회사에 자리를 얻는다. 그리고는 부모가 가진 자산을 마음껏 활용한 끝에 ‘유능함’을 입증하고는 고속승진을 한다. 그 회사들이 외국에서 흔한 가족회사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엄연히 외양은 주식회사인데 내용은 가족회사처럼 굴러간다. 한국과 같은 부모공화국이 아니라면 절대로 이해 못할 상황이다.

자식에게 회사를 통째로 물려주기 위해 엽기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계열사는 벽에 50억여원을 숨기고 있다가 들켰다. 현대자동차 회장이 기아차 사장인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여차직하면 로비자금으로 쓰려고 숨겨놓은 돈으로 보인다고 한다.

하기사 이토록 촌스러운 모습을 들키지는 않았지만 삼성 역시 연전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넘기고 사고 판 양을 하다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 아들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왔다. 그러고도 아버지 회사가 아니면 일할 곳을 찾지 못했을까.

하긴 연예계에도 거물이 되면 자식을 동반출연시키는 부모들이 있다. 그 환경에서 자란 것만 해도 자산인데 그 자산을 불려서도 제 힘으로 독립이 안 되는 자녀를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선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으로, 온국민이 운영비를 부담하는 공중파 방송을 타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모공화국을 가능케 하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다. 부모 덕에 외국에 오래 산 학생들을 위한 대학 특례입학은 무엇이며 외무고시의 2원화는 무엇인가.

●스스로 단련시킨 워드 어머니

자식은 분명 부모의 기쁨이요, 보람이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독립한 개인으로서 살아갈 능력과 성품을 키워주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식에게 공정한 경쟁을 추월하게 한다거나 성인이 되어서까지 뒤치닥거리 해주어서는 안 된다.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평생을 살아갈 정신적인 자양분은 주었지만 아들의 일을 어머니가 팔 걷어 부치고 나서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아들은 스스로 차별을 이겨내는 힘과 용기를 얻었고 자신을 절제하고 단련할 줄 알게 됐다.

한국 사회는 하인스 워드 모자를 맞으면서 성공한 혼혈인만을 환영하는 태도도 고쳐야겠지만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대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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