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흡수하려는 중국 동북공정의 패권주의적 시각과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삼국유사의 영어 번역은 절실했습니다.”
김달용(57) 전남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최근 삼국유사의 영어 완역본인 ‘Overlooked Historical Records of the Three Korean Kingdoms’(지문당 발행)를 출간했다.
1970년대 삼국유사의 주요 부분을 발췌한 번역본이 나왔지만 본격적인 완역본이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현대의 고전으로 꼽히는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는 세계 모든 신화가 소개됐지만 우리나라 신화는 언급되지 않았고, 미국 각 대학 도서관에도 중국과 일본의 고전 번역본은 많지만 우리 고전은 없다”며 “이는 우리 고전의 번역본이 없어 빚어진 일로 매우 안타까웠다”고 번역 동기를 밝혔다.
김 교수는 “동북아시아를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에게 삼국유사를 소개하지 못한다면 삼국시대 이전의 우리나라 역사는 중국 사료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 언급한 것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며 “동북공정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로서 삼국유사 번역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국유사는 단군을 국조로 제시하는 고조선 역사로부터 기자조선, 위만조선, 고구려에 편입된 대방과 말갈, 부여의 역사를 주의 깊게 보충하여 삼국시대의 전층을 뚜렷하게 밝힘으로써 단일민족국가의 전통 역사의식을 확립했다는데 의의가 크다”고 부연했다.
삼국유사를 번역하는 일이 영문학자인 그로서는 쉽지 않았다. 그는 “원서의 한문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불교 용어에 대한 확정된 개념이 없어 더욱 어려웠다”며 “한문의 뜻을 살리고 영문다운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영역본은 특히 외국인들이 읽기 편하도록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부수적인 설명을 각주로 달았고 현대식 영어를 사용했다. 충실한 번역을 위해 그 동안 출판된 삼국유사 국역본과 영문본을 참고했으나 책마다 약간씩 의미가 달라 애를 먹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국 문화를 해외에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외국인 독자의 시대적 감각과 취향을 염두에 두고 한국인의 종교의식과 사고 방식, 정서 등을 적확히 영역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