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용하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불편하지 않으세요. 좀 더 싸고 편리한 우리회사 것으로 바꾸시죠.”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인터넷 서비스 가입 권유전화를 받을 때도 개인정보가 그렇게 쉽게 유통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3일 경찰이 771만건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순간, 그 믿음은 분노로 변했다.
경찰 발표대로라면 이젠 개인정보를 얻는 것은 일도 아니다. 포털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주문하면 이메일이나 메신저, CD를 며칠 내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자들은 개인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집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 등은 물론, 가족관계까지 담긴 정보를 1원에 10개씩 팔기도 했다. 몇 년 전만해도 1건에 5,000원은 줘야 했는데 이젠 거저나 다름없다.
이번 경찰수사는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인터넷 카페에 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공동구매한다’는 글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걸렸다. 그만큼 공공연하게 사고팔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정보는 마음만 먹으면 악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최근 일어난 리니지 게임 개인명의 도용사건처럼 얼마든지 타인명의로 사이버머니나 게임아이템 거래가 가능하고, 원조교제 마약거래 살인대행 등의 카페나 게시판을 개설해도 추적이 극히 어렵다.
전산망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제기된 지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당국은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초고속인터넷사업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관리 실태점검에 나서는 등 뒷북을 칠 뿐이다. 이대로라면 인터넷 가입자 1,240만명의 정보가 모두 공개될 날도 머지 않았다.
정광진 사회부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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