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과 지방선거 불출마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던 강현욱 전북지사가 결국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경선 불복에 이어 불출마 쪽으로 갔다가 다시 출마 쪽으로 기우는 듯 하더니 불출마로 결론이 나자 “강 지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 지사는 4일 오전 ‘탈당 후 출마’를 직접 밝힐 것이라는 측근들의 얘기와는 달리 이승우 정무부지사를 통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 지사는 출마를 강권하던 측근과 지지자들을 의식해서인지 1주일 연가를 내고 잠적했다.
전후 정황으로 볼 때 강 지사는 지난달 말에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지사가 배포한 ‘전북 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라는 강 지사의 성명서 말미에 ‘3월31일’로 작성일자가 적혀 있다.
우리당 핵심관계자는 “강 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로 올라와 정동영 의장과 만났다”면서 “그 자리에서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 지사가 경선 없이 추대되기를 희망했지만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아름다운 퇴장’ 쪽으로 마음을 비웠다”고 전했다.
강 지사는 또 지난달 말 2002년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표 바꿔치기’로 4년형을 선고받은 이모씨의 변호사도 만나 주변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불출마 결심은 이미 일주일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 100여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도지사 관저로 몰려와 출마를 촉구하고 3일 오전에는 도내 체육계, 문화계, 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도청 집무실로 찾아와 출마를 권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3일 오전의 기자회견까지 취소할 정도였다. 이날 회견에 대해서도 우리당은 불출마쪽으로, 측근들은 출마쪽으로 서로 달리 해석할 정도였다.
우리당이 급해진 것은 오후 들어 도청 주변에서 “4일 강 지사가 탈당 회견을 가질 것”이라는 말이 퍼지면서부터. 정동영 의장은 급히 전북 출신 의원들을 내려보내 탈당만류에 나섰다. 의원들이 직접 강 지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강 지사는 정 의장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받고 밤 9시께 이 부지사에게 불출마 발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강 지사는 인근 성당에 들러 마음을 정리하고 지지자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친척집으로 갔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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