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76년 25억 달러에 달하는 대외 채무불이행 선언을 한다. 196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자 서방 선진국들의 차관을 들여와 극복해보려 했지만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한계에다 제1차 오일쇼크 등 외적 요인이 겹친 결과다. 이후 북한은 아직까지 국가부도 사태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의 합영법 등을 통한 외자유치 노력은 조총련계 자금 일부를 끌어들인 것 외에 이렇다 할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90년 대의 나진ㆍ선봉 경제특구도 북한의 외화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 북한은 미국의 대북경제 제재문제도 있었지만 자립경제에 치중한 탓에 정상적 대외무역을 통한 외화 획득이 어려웠다. 냉전시기에는 무기 수출과 대일무역, 조총련 송금 등이 외화의 주수입원이었지만 국가 차원의 불법거래 사례도 많았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위조달러 유통도 그 하나다.
북한 외교관들이 마약 코뿔소 뿔 상아 등의 불법 유통에 관여했다 추방된 일도 드물지 않았다. 군을 비롯한 각 기관들이 외화벌이에 총동원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금강산 관광대가와 개성공단의 임금이 북한의 외화 수입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 돈줄 차단을 통한 미국의 대북 옥죄기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를 북한의 지갑단속( pocketbook policing)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북한의 돈세탁창구로 지목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효과에 크게 고무돼 있다고 한다.
BDA는 50여 개 북한계좌를 동결했고 이후 각국 은행들은 미국의 보복을 우려해 북한과의 거래를 속속 중단했다. 엊그제 미국은 스위스 한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활동을 지원했다는 혐의다.
▦ 뉴스위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의 금융제재 때문에 우리 체제가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는 설도 보도했다.
확인은 안되지만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에겐 회심의 미소를 짓게 했을 법하다. 하지만 김정일체제 붕괴 이후에 대한 계산서가 나와 있지 않다면 북한 내 돌발사태는 미국에게도 큰 부담일 것이다. 중국 러시아 한국 등이 동참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의 일방적 대북 압박 강화가 북한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역효과를 내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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