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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발렌베리그룹과 삼성·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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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발렌베리그룹과 삼성·현대차

입력
2006.04.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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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강소국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스웨덴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가량을 차지한 발렌베리그룹.

최근 ‘삼성공화국’ 논란을 타개하는 지혜를 얻기위해 삼성이 벤치마킹했던 발렌베리그룹은 에릭슨(통신장비), ABB(발전설비), 일렉트로룩스(가전) 등 세계 1등기업을 5개나 소유한 스웨덴 최대 재벌이다. 이쯤되면 1850년대부터 150여년간 5대에 걸쳐 스웨덴 금융및 산업을 지배해온 발렌베리가의 오너는 스웨덴 최고의 갑부일 것으로 여겨질 만하다.

하지만 발렌베리그룹 오너 재산은 그리많지 않다. 발렌베리 소유기업들의 경영수익금은 배당을 통해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거쳐 크누트앤앨리스발렌베리재단, 마리앤느앤마쿠스발렌베리재단, 마쿠스앤아말리아발렌베리추모재단 등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발렌베리가의 수익은 인베스터의 주요 주주인 이들 재단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인베스터의 명예회장과 회장인 피터, 야콥의 재산은 각각 199억원, 52억원(2005년 기준)에 불과하다. 비상장사의 상장 등을 통해 1조원이상의 부를 축적한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등 한국 재벌 2세들의 재산과 비교하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발렌베리가가 세운 재단은 스웨덴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종자돈이 되고 있다. 예컨대 크누트앤앨리스발렌베리재단은 스웨덴과학기술연구의 최대 민간 후원자이다. 소유재산만 300억크로네(4조2,000억원)로 노벨재단보다도 규모가 크다. 1917년 자신의 전재산을 기부해 이 재단을 설립한 크누트는 스톡홀름경제대학 창립을 주도하는 등 공익사업에 앞장섰다.

발렌베리그룹 오너들은 스웨덴 경제를 좌지우지하면서도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좌파 정부인 사회민주당 및 노조와도 장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부의 사회환원과 왕성한 사회공익사업, 후계자들의 군입대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충실한 점이 손꼽힌다. 타기업들이 무거운 세금을 피해 본사를 해외로 옮겼지만, 발렌베리그룹은 자국에 남아 수익금을 발렌베리재단에 기부하는 등 국민기업화에 앞장섰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비자금수사를 계기로 재벌 2세들의 편법 상속 증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차가 글로비스의 상장 및 비자금 조성등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마련,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세습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는 ‘세금없는 부의 세습’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부와 경영권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몰아준 삼성도 ‘국민정서법’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제올림픽에서 경쟁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 ‘메달’을 따야하는 간판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로 홍역을 치르는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는 이건희가(家)나 정몽구가(家)의 개인재산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국산품 애용등에 힘입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영수익이 대부분 오너와 주주에게 귀속되고, 재산의 사회헌납이 국면타개용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 이들 재벌들은 한국의 발렌베리가(家)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이의춘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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