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중국시장에 맘 먹고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올인’이다.
4일 SK에 따르면 전날 중국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은 일주일 일정으로 상하이, 쑤저우, 베이징 등에 있는 각 계열사 공장과 중국 지주회사를 잇따라 돌며 시장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이처럼 장기간 중국에 머무는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하루 3차례씩 회의를 주재하거나 현장 방문을 하는 등 강행군을 하고있다”며 “심지어 저녁에도 현지 직원들과 미팅을 주재하며 중국 시장개척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팔을 걷어붙인 것은 그룹 성장의 명운을 걸어야 할 중국시장에서 최근 들어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현장 경영을 통해 올해를 본궤도 중국사업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다부진 의지도 함께 읽혀진다.
사실 SK그룹은 한ㆍ중 수교 이전인 1990년부터 중국에 진출, 현재 8개 관계사와 40여개의 법인 및 지사를 둘 정도로 규모를 키웠지만, 삼성 등 다른 국내 대기업만큼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지 업종이 중국정부가 쉽사리 허가를 내주지 않는 기간산업인 에너지ㆍ통신 분야라는 면도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최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 신년사에서도 “중국시장을 내수시장처럼 소화해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SK㈜는 올초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협력단 산하에 ‘차이나 사업지원센터’를 신설하고, 2010년까지 중국 매출 5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SK텔레콤도 조직개편을 통해 신규 사업부분에 중국사업 지원조직(중국 COE)를 만드는 등 계열사별로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최근에는 한국 및 중국에서 중국 전문가 20여명을 선발, 각 계열사별 배치도 끝냈다.
SK그룹은 중국의 가파른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대중국 진출 행보를 가속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현지 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올해 첫 사업을 시작한 중국 내 주유소를 연말까지 50개로 늘리고, 중국 싸이월드 가입자도 현재 150만에서 500만으로 확대하는 등 정유 및 정보통신 사업 기반을 다져나가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앞으로 일정 수준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자주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당분간 그룹 및 각 계열사의 모든 역량을 중국에 집중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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