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0년과 2001년 이미 국가정보원의 휴대폰 감청장비 카스(CAS)를 이용한 도청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국정원 도청 사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2002년 불거진 국정원의 휴대폰 도청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부 심리로 열린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국정원 도청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강원 부장판사는 검사에게 “국정원에 의해 도청이 이루어질 당시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검사는 “(2002년) 정치권 언론 등에서 수 차례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실적으로 국정원을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 부장판사는 “의혹이 제기된 2002년이 아니라 2000년과 2001년을 말한다”며 “기록에는 카스 장비를 가동하면 잡힌다는데 당시 왜 알면서도 수사를 안 했냐”고 되물었다. 검사는 “방청객이 있어 이야기하기 그렇다”며 “그때 역시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는 “(국정원과)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국정원장이 직접 자인해 수사한 이번 경우와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이 끝난 뒤 이 부장판사는 ‘검찰 수사기록에 검찰이 2000년 당시 도청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검찰이 말하는 에피소드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건물 내에서 조사 받던 공안사범의 휴대폰을 국정원이 카스를 동원에 감청하려다 검찰에게 들킨 것을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스가 전파를 쏘는 장비이므로 이를 감지할 수 있는 감지장치가 외국 대사관이나 검찰, 경찰 등에 당연히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김 전 차장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18일에 열린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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