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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현대자동차의 진정한 리스크

입력
2006.04.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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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재벌 개혁의 구호가 높을 때마다 기업들이 홍역을 치르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참여정부에서 재벌의 수난사는 보기에도 딱할 정도다.

정권 출범 직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인해 손가락에 꼽히는 재벌 총수는 거의 빠짐없이 검찰에 불려간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재계 4위인 SK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 손길승 전 그룹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차례로 구속되고, 그룹이 공중분해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았다.

재계 1위 삼성 역시 지난해 터진 안기부 X파일 사건과 ‘삼성공화국’ 논란에 휘말려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다가 결국 정부에 백기를 들고 8,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기에 이르렀다.

●검찰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

이번에는 재계 2위 현대자동차가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라는 불안에 떨고 있다. 연초부터 환율상승과 고유가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와중이어서 충격의 강도는 더하다. 재계 서열 4대 그룹 가운데 화를 면한 곳은 LG뿐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나 다름없는 이들 대기업의 불미스러운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는 한국의 간판스타이자 국민적 자부심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경제 5단체장과의 오찬에서 했다는 “기업은 참으로 위대하다”라는 찬사는 립 서비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동차산업은 국내 총생산(GDP)의 10.3%, 조세액의 16.9%를 차지하는 경제의 버팀목이며 8가구 중에 1가구는 관련 업종에 종사할 정도로 고용효과도 크다. 반면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GM의 몰락이 상징하듯 어느 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지옥의 싸움터다.

그래서 40년이 못 되는 짧은 시간에 이룬 세계 7위라는 놀라운 성취를 돌아보며 샴페인을 터뜨릴 여유가 없다. 최근 신용평가기관 S&P가 발표한 현대차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보면 도리어 식은 땀이 난다. 약한 브랜드 이미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 공격적 확장전략에 따른 재무구조 부담 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갈 길 바쁜 현대자동차가 전면적인 검찰 수사로 기능 정지상태에 빠져있으니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가 불법행위는 낱낱이 파헤치더라도 기업에 미치는 피해는 최소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생존의 기로에 선 현대자동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덫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바로 현대 자신이다. 아직도 회계조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글로비스 엠코 같은 비상장사에 매출을 몰아줌으로써 아들에게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구시대적 재벌경영 행태야 말로 글로벌 기업 현대의 앞날을 위협하는 진짜 리스크다.

국민들의 기대를 분노로 바꾸는 자살행위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은 직원들조차 모르게 전격적으로 출국, 더욱 실망을 주었다.

●구시대적 경영과 결별해야

그의 행동은 현대자동차 내에 상식적인 상황판단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마비상태에 있음을 극명히 드러내보였다. 그러한 조직 경직성은 상당 부분은 정 회장의 황제적 경영스타일에서 나온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을 바꾸듯이 수시로 계열사 경영진과 임원들을 갈아치우는 인사스타일은 조직 활력을 높이는 순기능보다는 총수에게 맹종하는 조직문화를 낳는 역기능이 심하다는 것이다.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하는 노조와 전근대적 재벌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영진이 있는 기업이라면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현대자동차가 구시대적 경영과 결별하고 진정 온 국민들이 사랑과 존경을 보낼 수 있는 투명하고 당당한 글로벌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고대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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