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인 1956년 3월30일, 청주에서 올라온 열네 살 소녀가 지금은 없어진 서울 명동의 시공관 무대에 섰다. 색동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한 소녀는 김생려의 지휘로 해군정훈음악대(서울시향의 전신)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협연했다.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이던 그 해, 국내 대표적 피아니스트 신수정(64ㆍ서울대 음대 학장)씨는 그렇게 데뷔했다.
“3월30, 31일 이틀간 세 번 연주를 했어요. 치마 속에 교복 바지이던 몸빼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죠. 다들 가난하던 시절이라 구두는 대학교 가서 처음 신었으니까. 어머니가 얼굴에 분을 발라줬는데, 싫다고 화를 냈죠. 그 때 무대는 왜 그리 춥고 엉성하던지. 어려서 겁이 없어 그랬는지, 떨리지도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참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죠.”
50년 만에 서울시향과, 그 때 그 곡으로 다시 무대에 선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패밀리 콘서트’, 9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다. 이번 연주회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간단한 해설과 대화를 곁들인 공연이다. 신씨는 1부에서 연주한다. 2부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교향곡 3, 4, 6번의 1악장과 5번의 1, 4악장이다.
“모든 게 열악했던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음악계도 엄청 발전했죠. 이런 풍요 속에서 연주하는 데 대해, 또 없는 재주로 50년 동안 음악을 해 온 데 대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모차르트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다. 그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의 실내악 공간 이름도 ‘모차르트 홀’이다. 모차르트 홀은 올해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매달 모차르트 음악회를 열고 있다. 50년 전 데뷔 무대도 모차르트의 200번째 생일인 그 해 1월27일, 피아노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의 발표회에서 모차르트를 연주하는 그를 보고 당시 해군 정훈음악대 지휘자 김생려가 초청해 이뤄진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모차르트에 끌렸어요. 첫사랑이라고 할까요. 모차르트 음악은 참 맑고 순수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슬픔과 우수가 느껴져요. 감상적이진 않은데, 가슴 깊이 와 닿는 무엇이…. 워낙 투명하고 음표가 많지 않아서 연주하기는 더 어렵지만.”
지난 해 가을 학기부터 서울대 음대 학장을 맡아 무척 바빠진 그는 “연습해야 하는데, 큰 일 났다”고 걱정했다. 첫사랑 모차르트를 50년 전과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곡으로 재회하는 무대를 앞둔 그의 목소리에는 설레고 감개무량한 마음이 묻어 있다. 공연문의 (02)3700-6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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