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탁신, 국민들 '기권투표'에 버티기 포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탁신, 국민들 '기권투표'에 버티기 포기

입력
2006.04.05 00:20
0 0

사임 압력을 정면 돌파하겠다며 꺼내 든 조기 총선 카드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월 24일 탁신 총리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탁신 총리 자신은 물론 언론들도 그가 이끄는 타이락타이당이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탁신 반대 여론은 생각보다 거셌다. 총선 참가를 거부한 시민단체와 야당이 타이락타이당 후보의 득표율을 낮추자는 뜻에서‘투표하되 기권란에 찍자’는 캠페인을 펼쳤다. 탁신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이를 따랐다.

그 결과 278개 선거구에 단독 출마한 타이락타이당은 39개 선거구에서 선거법상 최저 당선 득표율인 20%에도 못 미치는 바람에 재선거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당선자를 낸 349개 선거구 중 3분의 2에서 타이락타이당 후보 득표율이 기권란 득표율을 밑돌았다.

겉으로는 이긴 듯 보이지만 껍데기 뿐인 승리였던 것이다. 총선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던 탁신 총리의 공약은 잠정 집계에서 57%를 얻어 지켜지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빛이 바랬다.

그럼에도 탁신 총리는 3일 사회 저명 인사와 원로들로 ‘국가화해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한 뒤 “위원회가 물러나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것”이라며 스스로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 버티기에 들어간 듯 보였다.

하지만 날이 밝고 이날 오후 탁신 총리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알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또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 소식통은 “매달 이뤄지는 의례적 방문”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탁신 총리가 사임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탁신 총리가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꽉 막혔던 태국 정국은 일단 수습의 기회를 얻었다. 앞서 총선을 거부했던 민주당과 찻타이, 마하촌 등 태국 3대 야당이 “탁신 총리가 사임한다면 반 정부 시위를 멈추겠다”며 정치개혁 완료 후 새로 실시할 총선에도 참여할 뜻을 밝혔다.

야권은 아울러 타이락타이당과 만나 과도 내각 구성과 2단계 정치개혁을 포함한 정치현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반 탁신 시위를 이끌어 온 시민단체 연대모임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역시 반 정부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일 치러진 총선 결과를 인정하고 정치개혁 협상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야당 요구대로 선거 결과를 완전히 무효로 하고 다시 총선을 치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탁신 총리가 당 총재직과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도 ‘혹시 상황에 따라서 복귀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통신재벌 친 코퍼레이션 총수에서 2001년 정치인으로 변신한 탁신 총리는 무능한 공무원을 과감히 정리하고 취임 당시 2%대에 머물던 경제성장률을 6%안팎으로 끌어 올리면서 ‘최고경영자 총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2월 태국 총리로는 처음으로 재선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친 코퍼레이션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타이 에어 아시아 항공사가 내는 공항세를 깎아주는 등 특혜를 베풀며 권력남용 시비를 부르기 시작했다.

올해 초 탁신 일가가 친 코퍼레이션을 팔아 챙긴 1조8,500억원 이익에 대해 조세피난처를 이용,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심지어 정치적 스승 잠롱 스리무엉 전 방콕시장 까지도 그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