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기업구조조정회사 5곳의 압수수색을 계기로 검찰 수사가 현대차의 계열사 확장 과정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전날 “현대차의 비자금 외에 별건 비리도 수사하겠다”고 공언한대로 검찰 수사의 외연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개인 비리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돼 현대차에 대한 전방위 수사 양상을 띠고 있다.
채 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압수수색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압수수색 대상 기업들에서 향후 수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압수수색 대상 업체들은 모두 현대차가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 관여했던 회사들이다. 검찰 수사가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 확장 과정의 불법ㆍ편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뒤 6년여 만에 계열사를 8개에서 40여개로 불렸다. 특히 현대차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옛 기아차 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을 매각했다가 나중에 M&A를 통해 계열사로 재편입하는 과정에서 헐값으로 인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화의기업으로 전락한 위아(옛 기아중공업), 본텍(옛 기아전자), 카스코(옛 기아정공)의 회사채를 구조조정회사를 내세워 한국자산공사로부터 반값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500억원 이상의 채무를 털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M&A로 현대차에 편입된 계열사 중 일부는 정몽구 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동원됐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현대차의 편법 경영권 상속 부분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본텍이 대표적이다. 현대오토넷이 본텍을 합병할 때 정 사장의 지분 30%를 비싼 값에 사들였고 정 사장은 그 차익으로 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한 축인 기아차 지분을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별건 비리’ 부분과 관련해 “수사가 상당히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이 이미 계열사 확장 과정의 불법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음을 시사한다. 검찰이 압수수색과 동시에 구조조정회사들의 임직원을 체포해 조사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수사의 최종 목표물이 현대차 오너 일가라는 점도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검찰은 정 회장이 출국한 지 하루만인 3일 정 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채 기획관은 출금 배경에 대해 “정 사장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해 정 사장이 수사대상임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범죄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2001년 정 사장이 하청업체 모(母)기업의 화의채권을 헐값에 인수해 9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정 사장이 그룹 비자금 조성 연루 혐의를 부인하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꺼내 들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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