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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무는 계속 심고 가꾸어야

입력
200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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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숲을 말할 때 흔히 ‘흑림’이라고 부르는 독일의 ‘슈바르츠 발트’를 떠올린다. 아름드리 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가 가득하여 검게 보인다는 숲, 하지만 이 숲도 천혜의 원시림이 아니라 수 백년을 가꾸어 온 인공림이다. 우리나라에도 자랑할 만한 숲과 그에 따른 노력의 역사가 있다.

●탄소배출권 확보에도 도움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전당’에 가보면 오늘날 우리의 숲이 푸르게 되기까지 가장 큰 공로가 있으신 다섯 분이 모셔져 있고, 특히 평생 나무를 심으셨던 한 독림가가 일군 장성의 편백나무 숲은 어디에 내놓아도 돋보이는 숲의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1위라고 하면 반도체 생산, 쇼트트랙 등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만, 짧은 기간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산을 푸르게 한 업적이야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인정한 가장 성공적인 우리의 자랑거리이다. 우리 숲의 변화를 보면 숲의 울창한 정도라고 할 수 있는 입목축적은 70㎥/㏊로 50년 전에 비해 12배 증가하였다.

이렇게 푸른 숲이 되면서 물과 공기를 깨끗이 해주는 등 공익적인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니 매년 약 5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심어놓은 좋은 숲은 휴양림으로 활용되어 많은 국민들은 도시에서 쌓인 피로를 씻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한다. 나아가 전국 곳곳에 수목원이 생기는 등 새로운 산림문화가 부흥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푸르러졌으니 이제 나무심기는 그만 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나무 심기는 계속해야 한다. 우선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감축 의무대상국에서는 제외되어 있지만 이에 대비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고 이 문제는 나무 심기로 해결할 수 있다.

봄이면 몰려오는 황사도 중국과 몽골지역의 사막화에 기인하고 있으니 나무심기가 해결방안이다. 나무심기는 단순히 조림하여 숲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며 나무와 더불어 풀이 자라고 온갖 동물과 미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게 되는 생물종 다양성의 보전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구려유적지를 탐방했을 때 압록강 건너편 북한의 온 산이 붉은 벌거숭이산인 것을 보며 다 함께 가슴 아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북한에 나무심기는 아주 시급한 문제이다.

식량과 땔감이 부족하여 나무를 베고 다락논을 만든 결과 산림의 18%가 이미 황폐지로 변했으며, 그 결과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토사유출로 인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농토마저 모두 못쓰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벌거숭이 산도 관심 필요

이러한 현실에서 북한에 비료를 공급하기보다는 나무를 심어 토지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방법이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이 있지만 북한의 나무심기는 탄소배출권의 확보에도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61주년 식목일을 맞이하여 나무심기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지지 그리고 한 그루의 나무심기부터 실천이 필요하다.

권은오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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