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및 인준 가도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일부 야당이 비정규직 법안 처리문제와 한 후보자에 대한 찬반 및 청문회 참여여부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열린우리당이 이 법안을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청문회와 총리후보자 인준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우리당에게는 매우 위협적이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민노당마저 가세할 경우 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노당 의원들은 임시국회 첫날인 3일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했다.
민노당은 “여당이 처리를 밀어붙이면 총리청문회를 포함한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처리를 연기해주면 청문회 일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이다.
청문회를 지렛대로 삼아 비정규직 법안처리를 또다시 미루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법사위 개회에 앞서 “오늘은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의원들도 10시가 훨씬 넘어서야 일부만 모습을 나타냈다.
이재오 원내대표가 “4월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상기하면 이 같은 태도는 아리송하다.
결국 우보(牛步) 전술로 민노당을 은근히 지원해 대여 압박을 높임으로써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한 후보자의 당적 포기를 관철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이날까지 총리청문회 특위를 구성해야 하지만, 한나라당은 “총리 후보자가 당적을 정리한 이후 청문회 일정을 협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두 야당의 뜻하지 않은 공조 때문에 우리당은 무척 난감한 표정이다.
우리당은 “법사위원장은 회의장 무단점거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윽박질렀지만, 14일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한다는 데 한나라당과 합의하는 선에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14일 처리도 의문시 된다.
법사위의 우리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14일도 처리 하지 못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다”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사청문회 문제도 마찬가지.
우리당은 물론 한 총리후보자 역시 “당적은 청문회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임명동의안 반대에다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마저 감수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를 강행해서 민노당을 적으로 돌리면 한 후보자의 운명이 불투명해진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로 보인다.
일각에서 청문회가 파행할 경우 의장이 임명동의안을 직권으로 본회의에 회부, 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극단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당의 어려운 상황을 웅변하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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