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서 또 다시 초대형 합병이성사되면서 연간 250억 달러 매출 규모의 세계 2위 통신업체가 탄생했다.
세계 최대 광대역 인터넷 장비업체인 프랑스 알카텔과 미국의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튼테크놀로지는 2일 합병에 합의했다. 양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새 회사는 3,360억 달러 규모의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스웨덴의 에릭슨을 제치고 1위인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양사의 합병은 134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루슨트 주주는 주당 알카텔 주식예탁증서(ADR) 0.1952주를 받는 조건이다. 합병회사의 지분은 알카텔이 60%를 갖게 됐으며,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루슨트 CEO인 패트리사 루소가 맡기로 했다.
알카텔의 CEO 서지 추룩은 회장직을 맡고 새 회사는 알카텔의 본사에 있는 파리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통합 회사의 사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전체 인력의 10%인 8,800명을 감원, 앞으로 3년 동안 연간 17억 달러의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양사는 동등한 형태의 합병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알카텔이 루슨트를 인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루슨트의 CEO인 루소가 새 회사의 CEO를 맡게 되지만 본사 위치와 지분 등이 알카텔에 유리하게 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알카텔은 프랑스 방위산업체인 텔라스의 지분을 9.5% 보유하고 있어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 통신기술의 상징으로 불리는 벨 연구소의 향배도 민감한 문제다.
루슨트 산하에 있는 벨 연구소는 통신분야에서 수 만 건의 특허를 갖고 있는 미국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다. 또 안보관련 프로젝트도 담당하고 있어 이 연구소가 프랑스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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