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욱 전북지사가 3일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온종일 오락가락했다.
오전에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갑작스럽게 취소한데 이어 오후에는 측근들이 "4일 열린우리당 탈당 및 재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바람을 잡았다. 그러나 밤 늦게 우리당 지도부와 전북출신 의원들이 설득에 나서자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강 지사가 오전 회견을 취소한 것은 "여론수렴이 덜 됐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 때문. 강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회견 연기 이후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뭔가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고 "68세나 되고 장관까지 지냈는데 출마를 고집하겠느냐"는 불출마설도 떠돌았다. 일각에선 2002년 지방선거 경선과정에서 표 바꿔치기로 실형을 선고받은 측근 등 주변에서 출마를 강권한다는 말도 들렸다.
강 지사측은 그러나 오후 들어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당 탈당 및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측근들은 "지난 2일 김제ㆍ부안ㆍ고창지역 주민 150여명이 도지사 관사 앞에 몰려와 출마를 강력히 촉구했다"며 '도민의 뜻'을 강조했다.
강 지사가 1일 측근 등 60여명과 함께 모악산 등반에 나선 점을 들어 이미 출마를 작정해놓고 애매한 행보를 통해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강 지사가 탈당설을 흘리면서 내세운 명분은 경선의 불공정성. 경쟁자인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대의원들을 거의 장악해 경선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면적으로는 2004년 입당 때 차기 공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 지사가 탈당한다면 무소속과 민주당 출마를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 지사가 고건 전 총리와 연대할 경우 우리당으로서는 안방인 전북지사 선거도 낙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
우리당이 이날 밤 강 지사 설득에 전력을 다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밤 조배숙 최고위원과 이광철ㆍ채수찬 의원 등을 급히 전북으로 내려보내 설득을 독려했고 최규성 전북도당 위원장도 온종일 강 지사와 연락을 시도했다.
우리당 고위관계자는 "나라 전체를 생각해달라는 간곡한 얘기에 강 지사도 이해를 보였으며 탈당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강 지사가 워낙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일단 4일 회견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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