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김경수 부장검사)는 3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진승현게이트’의 주역 진씨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신세기통신 주식 매매 차익으로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진씨와 재벌 2세들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옛 리젠트증권(현 브릿지증권) 압수수색 과정에서 리젠트증권이 현대산업개발의 신세기통신 주식을 거래한 자료를 확보해 비자금 조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정 회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1999년 초 진씨에게 신세기통신 주식을 싼 값에 넘긴 뒤 진씨가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 비싼 값에 팔아서 남긴 수백억원의 차익을 돌려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당시 리젠트증권 대표 고모 씨와 신세기통신 주식을 거래한 직원을 불러 주식매매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정 회장 등 재벌 2세 7,8명은 1만5,000∼3만원대에 신세기통신 주식을 매입했다가 장외에서 10만원 안팎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세기통신은 2002년 1월 SK텔레콤에 합병됐다.
따라서 정 회장의 신세기통신 주식 매매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다른 재벌 2세들에게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의혹의 핵심은 신세기통신이 SK텔레콤에 합병되기 전 재벌 2세들이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입했느냐는 것이다. 이들 재벌 2세 모임에는 당시 신세기통신의 주요 주주였던 K그룹의 L 회장 등이 참여했다.
검찰은 올 2월 진씨와 재벌 2세들의 신세기통신 주식 매매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자료도 없고 여력도 없다”며 수사 가능성을 부인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2주 전 정 회장을 출국 금지하고 공소시효 완성 전에 소환한다고 밝히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정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잡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신세기통신 주식이 비상장이었기 때문에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소유 주식을 처분해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차명을 이용했다면 배임이나 탈세 등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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