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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한국은행… 뜨끔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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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한국은행… 뜨끔한 시장

입력
2006.04.0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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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3일 취임 일성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뜨끔하다’는 것이다.

선제적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금리를 올리겠다고 강조하면서도,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소위 ‘매파적 성향’을 엿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으로서는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값이 떨어져 돈 벌기가 그만큼 힘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우선 이 총재는 부동산 문제를 통화정책에 적극 고려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취임식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통화정책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동산만 보고 통화정책을 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부분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문제는 전세계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작년 말과 금년에 다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한은도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은 ‘금리를 올려 자산가격 거품을 잡을 수 있다’는 선제적 금리인상의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박 승 전임 총재가 “부동산 문제는 통화정책의 고려대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원론적 수준에서 자산가격 문제를 언급한 것과는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통화정책에 대한 원칙론적인 소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중앙은행은 정책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실기(失機)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중앙은행은 때에 따라서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조정 타이밍을 놓쳐 부작용을 초래했던 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감안한 대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금통위는 2002년 초부터 신용카드 부실채권 급증, 부동산가격 급등 등의 조짐이 본격화하기 시작했지만, 5월에 가서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거센 비판을 들었다.

물론 이 총재의 이런 발언들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의 템포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 총재가 현재 경기상황에 대해 “작년 상반기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전반적인 오름세를 타고 있으며 올 초에도 속도는 좀 달라졌지만 확장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박혁수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이 총재는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매파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상은 5월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4월의 코멘트는 인상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경제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뜻도 비췄다. 이 총재는 “‘매파’라는 시장의 평가는 특정 상황에서의 발언을 염두에 두고 한 듯한데, 상황이 바뀌면 그 발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고, 그때 그때 상황에 적합하게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면서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시장과의 의사소통 또한 원활히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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