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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열풍 이것이 문제다/ 美·中·加·濠 총영사 4인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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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열풍 이것이 문제다/ 美·中·加·濠 총영사 4인 좌담회

입력
2006.04.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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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유학, 잘해야 열명 중 한 두명만 웃어"

한국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눈물겹다. 미국시민권을 안겨주기 위해 만삭의 몸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가 하면 겨우 입을 뗀 아이에게 코스모폴리탄이 되라며 영어를 가르친다.

아이가 학교에 갈 때쯤 이면 누구든 조기 유학을 떠올린다. 하지만 함정은 있는 법. 현지에서 조기 유학 현장을 지켜본 총영사들은 준비 안된 유학은 잃는 게 더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정상기 주 샌프란시스코, 김창수 주 시드니, 김성철 주 토론토, 류주열 주 베이징 총영사를 31일 외교통상부 2층 소회의실에서 만나 조기 유학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_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만일 초ㆍ중등 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조기 유학을 고려 중이라면 어떻게 조언 하시겠습니까?

김창수 주 시드니 총영사=솔직히 말리고 싶습니다.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조기 유학을 가게 되면 가정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대학 졸업 이후 유학을 가는 게 바람직하고, 빨라도 고등학교는 마치고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상기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저도 초ㆍ중등 학생의 조기 유학은 기본적으로 반대합니다. 대부분 영어 때문에 보내는 것일 텐데 그냥 외국에 데려다 놓는다고 해서 영어가 저절로 느는 건 아닙니다. 교육부 자료에 보면 조기 유학 경험이 있는 부모나 학생들은 아는 사람에게 조기 유학을 권하겠느냐고 물음에 80% 이상이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성철 토론토 총영사=영어를 배우기 위해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건 말 이 안됩니다. 물론 정상적인 가족 구도를 깨지 않는다면 조기 유학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류주열 베이징 총영사=중국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부모가 함께 오지 않더라도 자주 들러서 챙기거나 좋은 후견인만 얻는다면 조기 유학도 괜찮습니다.

조기 유학에 대체로 부정적인데, 그 이유를 조금 구체적으로 들려주십시오.

김성철= 어린 나이에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어른들의 짐작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이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고, 부모가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사정은 조금 달라지긴 합니다만.

김창수=과거 외교관 선배들을 보더라도 자녀들이 한국적 사고 방식을 일찍 잃어버리는 바람에 커서 부모와 마찰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물며 혼자 조기 유학을 보내는 건 자칫 아이들을 망칠 수 있습니다.

정상기=사전 준비가 없는 조기 유학이 성공할 가능성은 아주 낮은 건 분명합니다.

에두르지 않겠습니다. 조기 유학의 실태를 지켜본 총영사로서 몇 %가 성공적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정상기=말씀 드리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부모 중에 한명이라도 같이 간다면 성공 확률은 높아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열명 중에 한 명 정도 입니다. 영어를 뺀 다른 교육 분야는 국내가 해외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부모님들이 잘 아셨으면 합니다.

김성철=저는 그 보다는 높게 봅니다. 절반 정도로 평가합니다. 다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는 학생은 한 두명 정도일 겁니다. 상당수 학부모들이 ‘남들 다 보내는데 난 돈이 없어서 못 보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부모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김창수=아이들에게 호주에 왜 왔냐고 물으니깐 부모 때문에 왔다는 아이가 대부분입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왔으니 학교 생활에 별 의욕이 없고, 학업 성취도도 떨어집니다.

그래도 조기 유학의 추세는 이어질 것입니다. 국ㆍ내외 유학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유학원은 과연 믿을 수 있나요?

김성철=유학원을 고르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아이들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또 성심껏 돌보느냐에 따라 조기 유학의 성패가 달려 있으니까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됩니다. 조기 유학을 보낸 경험이 있는 친척, 지인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토론토에는 유학원이 20여개 정도 있습니다. 교육 담당 영사가 수시로 찾아가서 정보 교환도 하고, 건전한 상도덕에 대해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 유학원이 질이 낮은 서비스를 하다 이 곳에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류주열=베이징에는 조기 유학생 학부모 모임이 있습니다. 이들이 자원봉사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해 줍니다. 또 주중 대사관에서는 조기 유학 사이버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상기=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지켜본 바로는 목사님을 택하는 것이 제일 무난한 듯 합니다. 목사님 집이 아니더라도 목사님의 소개로 무난한 가정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조기 유학을 보낼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은 방학을 이용한 단기 연수도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요.

김창수=다른 나라의 문물을 경험하는 것이 아주 소중한 경험이긴 합니다. 그러나 영어 학습이 목적이라면 국내에 있는 영어 테마 마을 같은 곳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성철=동의합니다. 전문가들은 생활 영어와 학습 영어의 습득 기간을 각각 1년, 6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두 달로는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물론 바깥 세계를 둘러보는 그 자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주열=중국을 알아간다는 차원에서 단기 연수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면 아무래도 조금 긴 기간의 유학이 필요할 겁니다.

진행=최성욱 차장대우 정리=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 조기유학, 진실 혹은 오해 5

◆돈 쓴 만큼 얻는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비용과 효과를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비용은 학비 등 직접 경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가족의 일시적인 해체 등 기회 비용도 포함된다. 그 다음에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최소한 1년 정도 현지 언어를 국내에서 제대로 배우도록 하는 게 좋다. 조기 유학을 보낼 때는 부모 중 한명이 같이 가는 게 바람직하다. 현지에 가게 되면 부모도 아이 못지않게 현지인 내지는 교민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야 한다. 부모가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있으면 아이도 그렇게 되기 쉽다.

◆원어민 홈스테이면 무조건 OK?

절대 아니다. 미리 잘 살펴야 한다. 피부색만 같을 뿐 몇 해 전에 동유럽 등에서 이민 온 가짜 원어민도 있다. 이런 경우 홈스테이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데,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먹는 것도 부실하기 그지 없다.

◆학교 폭력은 없다?

한국 학생이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폭행 당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현지 학생들은 말 때문에 고생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편이다. 학교 폭력은 정작 한국 학생들 간에 자주 일어난다. 한국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무릎 꿇고 빌게 하는 광경을 보고 현지 교사들이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만 잘하면 된다?

한국 엄마들은 학교에도 잘 가지 않고, 현지 사회에도 잘 어울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깜깜하다. 나중에 일이 커진 뒤에 교사의 호출을 받고 실상을 알게 되지만 때는 이미 늦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사실 자체를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숨긴다는 사실이다. 당장 돌아오라는 호통이 있을까 염려되고,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이 무섭기 때문이다. 아이 뿐 아니라 부모도 조기 유학을 같이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조기 유학에 맞는 성격이 따로 있다?

그렇다. 활달하고 밝은 성격의 아이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현지인 학생들과 쉽게 사귄다. 학교 생활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언어 학습은 물론 학업 성취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얌전하거나,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는 웬만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진행=최성욱 차장대우 정리=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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