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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출산이 미숙아 부른다/ 미숙아 급증불구 신생아 중환자실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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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출산이 미숙아 부른다/ 미숙아 급증불구 신생아 중환자실 태부족

입력
2006.04.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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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적으로 고령 출산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미숙아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할 전문 인력과 시설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 비싼 인큐베이터 비용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줄 사회적 장치들도 충분치 못하다. 이래저래 미숙아 가족은 ‘3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숙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자라는 동안 병약하게 되며, 이는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박정한 대구가톨릭의대 교수는 “2,500g이하의 체중으로 출생한 미숙아의 신생아 사망률은 정상아의 20배에 달하며 이후 신경학적 후유증과 각종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해 많은 의료 자원이 소모되고, 당연히 아이의 부양 비용도 커진다”고 말했다.

■ 미숙아 급증불구 신생아 중환자실 태부족

신생아 병상 일본의 절반 수준

미숙아 등 고위험 신생아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은 많이 모자란다. 대한신생아학회 등에 따르면 3차 의료기관의 신생아 집중치료실 평균 인력이 2004년 기준으로 전담 의사의 경우 1.4명, 전공의 2.0명으로 1995년의 1.4명, 2.7명 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미숙아 진료에 꼭 필요한 인공환기기의 경우 2004년 병상 당 0.4개로 1999년(0.3개)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박원순 교수는 “미숙아로 태어났더라도 생후 며칠 내 올 수 있는 뇌출혈과 수개월 내 올 수 있는 장염의 고비만 제대로 대처하면 평생 건강하게 사는 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미숙아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들을 키워낼 신생아 중환자실은 절대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신생아 중환자실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주요 종합병원들은 미숙아를 위한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확대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돈 잡아먹는 병동’이기 때문이다. 설비가 고가인데다 신생아 보다 많은 수의 간호사가 필요할 만큼 집중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하는 인건비 수가는 하루 8만원, 호흡 치료는 하루 1만원 등에 불과하다.

치료비 지원 아직은 부족한 수준

미숙아, 조산아로 태어나면 건강보험으로 충당되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대략 한달 인큐베이터 치료 비용이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후 통원 치료비까지 더하면 수 천만원이 든다. 때문에 과중한 치료비를 감당 못해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 기준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원 비용이 너무 작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저생계비의 200%미만(3인 가구 기준 월187만9,698원) 소득 가정에서 미숙아를 낳으면 체중에 따라 300만~700만원이 치료비로 지원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숙아가 해당되는 2,000g~2,500g의 체중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 최고 지원비가 300만원에 불과해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힘겨운 가정이 많다. ‘희망의 조산아’ 관계자는 “소아암이나 백혈병 등 뚜렷한 병을 갖지 않은 미숙아의 경우 정부 보조금 외에 민간 후원금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 생계가 힘들어지는 가정이 많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지각출산땐 산모사망률도 높아져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는 모성사망비율은 2003년 현재 출생아 10만명 당 15명이다.

1995년 20명에 이르던 모성사망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OECD 국가평균(10.8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의료 선진국인 유럽(독일 2.9명 영국 6명)과 일본(7.3명)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듯 ‘남의 집’ 문제로만 보였던 모성사망이 선진국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는 이유의 이면에는 미숙아를 출산하는 주범인 ‘지각출산’이 숨어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1995년~2000년 모성사망비율 통계에 따르면 산모의 나이가 30세를 넘어가면 아이를 낳다 사망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2000년의 경우 20~24세의 산모가 사망한 경우는 8건, 25~29세 8건 등 OECD 평균 모성사망비를 밑돌지만 30세가 넘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30~34세 산모의 경우 19명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어나고 35~39세 51명, 40~49세 184명으로 적정출산 연령(25~29세) 산모에 비해 사망률이 무려 23배나 높다.

또 2002년과 2003년의 연령별 모성사망비율을 비교하면 고령출산으로 인한 산모사망은 그렇지 않은 출산의 경우와 달리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엿볼 수 있다. 2002년 20~24세 산모의 모성사망비는 12명에서 2003년 6명으로 절반이 줄어든 반면 40세 이상의 경우 54명에서 69명으로 급증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고혈압성 장애 및 분만 후 출혈로 인한 모성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고령 임신 등의 고위험 임신군에 대한 의료지원대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생명을 향한 힘겨운 싸움/1,000g이하로 태어날땐 10명중 3명 '하늘나라로'

미숙아는 축복 받은 생명이기보다 생명을 향한 투쟁이다. 미숙아가 안고 태어나는 위험은 치명적이다.

2004년 1월 13일 임신 여섯달 반 만에 태어난 쌍둥이 김소망, 희망 자매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소망 434g, 희망 540g으로 두 아이 모두 한 손바닥 위에 올릴 정도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옮겨진 소망이는 혼자 숨을 쉴 수 없어 계면활성제를 투여했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백혈구 수치가 낮아 언제라도 감염될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면역활성제를 집어넣어야 했다.

물론 혼자 젖을 빨지 못해 주사로 먹고 살았다. 0.1g 단위의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주사를 놓고, 튜브를 끼우는 ‘일상적인 치료’조차 미숙아에게 화상 위험을 일으킨다. 잘못 스치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피부가 연약하기 때문이다. 콩알만한 장기와 머리카락 같은 혈관을 가졌다고 생각해보면 그럴 법한 일이다.

소망이는 27일간 호흡기에 의존했고, 70여일 만에 인큐베이터를 벗어났지만 혈압이 떨어져 강심제를 투여했다. 탈장으로 수술도 했다. 소망이는 결국 백일잔치를 넘어 133일만에 퇴원했다. 퇴원 후 소망이는 호흡 곤란으로 두 차례 더 입원했다.

미숙아는 이 같은 위험을 안고 태어난다. 미숙아에게 가장 흔한 합병증은 호흡 곤란, 기관지와 폐 이상, 뇌출혈, 괴사성 장염, 망막증 등이다. 모두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분류된다. 생명을 앗아가거나, 뇌성마비, 실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1994~2004년 삼성서울병원에서 태어난 체중 1,000g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 266명을 분석한 결과 신생아 호흡 곤란 증후군 218명(82%), 기관지 폐 이형성증 58명(22%), 뇌실 내 출혈 30명(11%), 미숙아 망막증 49명(18%), 신생아 괴사성 장염 9명(3%)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1명이 사망했다. 1,000g보다 작게 태어난 아기는 10명 중 3명이 인큐베이터에서 사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치료만 제대로 되면 미숙아는 후유증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일부에서 뇌성마비와 같은 질병을 평생 남기기는 하지만 두 돌을 버틴 아이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성장한다. 태어난 지 23개월이 된 지난해 12월 소망이는 몸무게 10.6㎏, 키 83.4㎝로 건강하게 자란 상태였다. 정상 유아의 평균치(12㎏, 84㎝)에는 못 미치지만 정상적인 성장을 거의 따라잡은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박원순 교수는 “미숙아는 두 돌까지만 별 문제 없이 성장한다면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만큼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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