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사는 베이징의 아파트 단지는 아침마다 단지 안 유치원으로 자녀를 데려다 주는 학부모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대졸자 초임의 절반인 월 1,500위안(19만5,000원)의 수업료를 내야 하는데도 이 유치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중국의 교육열을 매일 느끼는 셈이다.
●왜곡된 교육 고비용 구조
하지만 교육 실상을 들춰보면 이런 교육열에 흐뭇한 표정을 지을 수 없다. 중국 유명 중ㆍ고교와 대학은 돈을 내고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일부 중ㆍ고교는 정원의 30% 정도만 실력으로 뽑고 나머지는 돈을 내는 학생들로 채운다. 베이징대(北京大)와 칭화대(淸華大) 등도 60만위안(7,800만원) 정도 내면 입학이 가능하다고 한다.
입학 후 잡부금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대 등 18개 국립대가 한 해 걷는 잡부금이 1,000억원을 상회한다는 최근 조사는 빙산의 일각이다. 비공식적인 이런 돈들은 검은 돈으로 둔갑해 일부는 학교와 교사가 챙기고 일부는 상납된다.
중국 교육의 이런 고비용 구조는 부자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냐는 원성을 낳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단기간에 뜯어고칠 것 같지 않다. 며칠 전 나온 중국 교육부의 전국 44만여명 임시교사 퇴출 방침은 이를 반증하는 사례다. 교사들이 생활수준이 낮은 농촌에서 근무하기를 꺼려 생긴 임시교사를 없애 농촌학교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발표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퇴출 시한을 명시하지 않아 신뢰를 얻지 못했다. 특히 가장 살 사는 선전시는 반기까지 들었다. 임시교사들의 자질이 타 지역 정교사보다 높아 교체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예산도 없는 정부가 농촌과 도시의 실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내놓은 꼴이 됐다.
이런 현실을 한 대학생은 '양털은 양 몸에서 자랄 수밖에 없지 않느냐(羊毛長在羊身上)'는 속담으로 풀이했다. 양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서 양털을 구할 수 없듯, 개인들은 자기가 발붙이고 있는 직장에서 나름의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중국에서 교사나 학교, 모든 분야가 촌지나 뇌물을 챙길 수밖에 없다는 체념이자 순응이다.
지난달 중국 지도부는 경제성장만을 추구하지 않고, 교육 의료 등 민생문제를 푸는 동시에 농민과 도시빈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서방 언론들은 공산당 독재에 따른 관료 부패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이' 키운 후 근본치유 나설듯
중국인들은 구조적 해결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잘 아는 당국은 빈부격차, 부패 등이 비등점까지 오르지 않도록 관리한 뒤 경제규모 즉 '파이'가 커지면 그때 근본 치유에 나설 듯 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부패를 도려내는 외과수술 대신 사회주의 도덕관 '팔영팔치(八榮八恥)'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의 양극화 해소와 안정 여부는 대중의 인내심이 소진되기 전에 '파이'를 키워낼 수 있느냐 하는 시간 싸움으로 판가름날 듯하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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