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된 세금을 안 내려고 수십억원을 직접 들고 다니던 40대 남자가 마약 복용 후 처벌을 덜 받기 위해 경찰에 자수했다가 이 사실이 드러나 세금을 고스란히 물게 됐다.
지난해 11월 서울 동부경찰서(현 광진경찰서)에 기획부동산 전문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던 김모(42)씨가 제 발로 찾아왔다. 김씨는 경찰에서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한다. 서울중앙지검에 자수하게 해달라”고 횡설수설했다.
검사 결과 히로뽕 0.03g을 투약한 상태였다. 자신에게 마약을 공급한 사람이 경찰에 검거되자 불안한 마음에 자수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가 들고 있던 가방에 1억원 짜리 자기앞수표 67장이 담겨 있어 미심쩍었지만 마약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돌려줬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세청이 김씨에 대한 세금 추징에 나섰다. 김씨는 무려 74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고액 체납자였다. 김씨는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회사와 부동산 등 재산을 모두 처분해 직접 갖고 다녔다.
처음에 김씨는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며 세금납부를 거부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지난해 5월과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실형을 받을 경우 꼼짝없이 집행유예로 살지 않았던 이전의 형량까지 채워야 했다.
김씨는 부랴부랴 숨겨두었던 66억원을 납부했고 국세청이 고발을 취하했다. 1억원은 이미 사용한 뒤여서 추징하지 못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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