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출국이 김재록씨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검찰이 현대자동차 비자금 줄기를 강도 높게 죄어가는 상황에서 이뤄진 정회장의 출국은 경위야 어떻든 ‘도피성 출장’논란을 낳을 소지를 안고 있다.
도피냐 출장이냐
1주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이번 출국은 사전에 예정돼 있었으며 도피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해외출장이 도피로 의심 받을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출국을 강행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출장명목이 그룹이 처한 위기에 비춰 다소 한가한 느낌도 든다. 정 회장은 귀국편 항공권을 아직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27일 뉴욕에서 열리는 우드로 윌슨상 시상식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행사를 내세워 정 회장이 귀국을 미룬 채 체류 일정을 늘리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피 의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과 사전조율 있었나
검찰은 정 회장이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오후 6시 무렵 언론보도를 접하고 출국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주임 검사도 정 회장의 출국 사실을 몰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말 몰랐고, 정 회장이 도피한 것이라면 현대차에 ‘괘씸죄’가 추가될 수 있다.
하지만 대우그룹처럼 망한 기업도 아니고 재계 2위 기업의 오너가 당장의 화를 피하려고 도피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검찰 최고위층이나 정권 핵심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중 한 명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사인이 현대측에 건너갔고, 정 사장이 국내에 남아 책임을 지기로 이미 조율이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악재 만난 검찰
채 기획관은 “정 회장은 원래 수사계획이 없고 따라서 수사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박영수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앞서 “현대차 압수수색이 내부제보 이상으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이 오너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뉘앙스였다.
따라서 정 회장 출국은 검찰 수사에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더구나 검찰이 사전 출국금지 조치하지 않은 책임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재계 2위 기업의 총수 일가가 설마 외국으로 도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오너 두 사람을 출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만약 정 회장의 귀국일이 마냥 늦어질 경우 검찰이 출국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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