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일부터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오토넷의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함에 따라 이 회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오토넷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어회로와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을 만드는 국내 최대의 자동차 전자부품 제조업체다. 2000년 2월 옛 현대전자에서 전장사업부가 분사해 만들어진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8,072억원 규모로 순이익만 636억원이다. 현대차가 전장품 구매를 늘리면서 매출 성장률은 20%를 넘어 현대차 또 하나의 알짜배기 계열사로 평가된다.
검찰은 현대오토넷이 비자금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현대차 그룹에 인수된 회사로 직접 비자금을 조성할 시간과 여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글로비스의 비자금 조성 시기가 2001년 12월~2005년 1월 사이로 보고 있는데, 현대오토넷은 그 직후 계열사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현대오토넷이 올해 2월 흡수 합병한 본텍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본텍이 미리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아니면 흡수합병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대오토넷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이 회사와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독일의 지멘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오토넷을 인수했다. 정 사장은 두 달 뒤 자신이 보유한 현대차 그룹의 또 다른 전장 부품회사인 본텍 지분(30%ㆍ60만 주)을 지멘스에 주당 9만5,000원에 팔았다. 당시 매각 차액만 500억원이 넘었다. 나머지 본텍 지분은 글로비스(30%)와 기아차(39.7%)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오토넷이 지난 2월 본텍을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가치산정을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정 사장이 매각한 본텍 가치(9만5,000원)보다 훨씬 높은 23만3,500원으로 주당가치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병 덕분에 정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는 성장성 높은 현대오토넷의 지분 6.7%를 저절로 취득했다. 결국 현대오토넷의 본텍 합병은 정 사장의 자금줄인 글로비스의 가치 상승에 직접적으로 기여를 한 셈이다.
검찰은 이같이 복잡한 지분 변동 과정을 현대차의 기획총괄본부가 계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재무전문가인 이일장(현 현대차 연구개발기획담당 전무) 전 사장이 지난해 9월초부터 오토넷 대표를 맡아 본텍과 합병과정을 진두지휘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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