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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에 미친 스물 넷 "세계최고 명품" 신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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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에 미친 스물 넷 "세계최고 명품" 신발끈

입력
2006.04.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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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려면 제대로 미쳐야 한다. 적어도 운동화에 미친 최영(24ㆍ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영학과3)씨는 그렇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TAKI 183 by Young Choi’라는 개인브랜드 운동화를 출시했다. 디자인부터 소재 선정까지 모두 그가 했다.

그는 “운동화 보기를 내 몸 같이” 한다. 운동화가 존재의 이유고 삶의 목표다. 그의 온 방이 운동화 천지다. 책장엔 책 대신 각양각색 운동화가 꽂혀(?)있다. 운동화 수집벽(蒐集癖)을 넘어 운동화 전문가가 된 그의 사연을 2일 들어봤다.

소년, 사랑에 빠지다 11년 전 어느날 중1 소년은 스포츠용품 매장에 전시된 운동화 한 켤레에 빨려 들어갔다. 뒤에 일본의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신어서 유명해진 신발이었다. 최씨는 “뇌리에 콕 박히는 영화 장면처럼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싼 가격, 집약된 기술력, 현란한 디자인의 신발은 마치 ‘너 같은 평범한 애는 절대 날 가질 수 없어’라고 외치듯 소년을 도발했다. 소년은 ‘널 가질 거야’라고 응수했지만 당시엔 신발을 사지 못했다. 현재 그는 그 신발을 4켤레나 소장하고 있다.

그 또래라면 경험할 법한 호기심과 소유욕의 발동이지만 소년은 달랐다. 그 뒤부터 세상이 죄다 운동화로 보였다. 그는 학교에 가면 칠판과 책이, 방에 누우면 천장이, 잠이 들면 꿈 자락이 운동화로 보였다. 전교생의 신발을 모두 기억할 정도였다.

몇 푼 안 되는 용돈을 모아 운동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끼니도 거르고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 서점을 이 잡듯 뒤져 관련서적도 모았다. 지금까지 모은 운동화가 250켤레, 관련서적은 70여권이다. 돈으로 치면 3,500만원어치다.

이쯤 되면 취미가 아니고 병이다. 성적은 떨어지고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부모는 애가 탔다. 연세대 사무직원인 아버지 최복원(55)씨는 “신발장사나 하게 하려고 공부시키는 줄 아느냐”며 아들이 사온 신발을 보는 족족 불태웠다.

꿈은 이루어진다 심지어 고2 때는 자퇴를 결심했다. 꿈을 포기할 수 없던 차에 미친 척하고 국내 모 운동화 회사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1개월 내내 편지를 보냈다. ‘국산 운동화가 외면 받는 이유와 대책, 앞으로의 발전 방향’ 등 일종의 보고서였다. 그러나 답장은 없었다.

그도 지칠 무렵 운동화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회사 관계자는 최씨의 편지와 그에 대한 회사의 방안 등이 담긴 두툼한 스크랩북을 건넸다. “‘신발인생 30년에 너 같이 미친 놈은 처음 봤다’고 하더군요. 제 편지를 받고 1개월 동안 토론을 벌였다는 말과 함께 소원을 물었어요.”

최씨는 부모를 설득해 줄 것을 부탁했다. 최씨는 “결국 그 회사 관계자의 도움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지원도 얻고 신발 관련학과(경남정보대 신발패션학과)에도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동화 회사 최고경영자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해 연세대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운동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는 2004년 7월부터 국내 유명 업체와 함께 개발한 ‘TAKI 183 by Young Choi’라는 운동화를 지난달 시중에 선보였다. 타키는 그래피티(전철이나 건물의 벽면과 교각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거대한 그림 등을 그리는 것)의 창시자, 183은 타키가 살던 주소다. 최씨는 “착용감을 위해 밑창에 기억형성 소재를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신발산업은 한 켤레를 만들려면 15군데가 나서야 할만큼 기술집약 산업이에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해외 유명업체와 당당히 겨루고 싶어요.” 그의 꿈은 더 멀리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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