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한 번 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아들과 딸이 보고 싶습니다.”
현대캐피탈에 11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김호철(51) 감독은 가족을 언급할 때 애써 참았던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무적함대’로 불리며 9년 연속 배구판을 평정한 삼성화재를 이번에는 꺾어야 한다는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일 천안에서 벌어진 2005~06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최종 5차전.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3-0으로 꺾고 11년 만의 우승을 확정 짓자 김호철 감독은 비로소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지난달 11일 “챔프전 우승이 확정된 뒤 헹가래를 받겠다”며 선수들의 헹가래를 거부했었다.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 우승을 차지한 김 감독은 “성질 더러운 감독을 만나서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평소 선수들에게 엄격해 ‘호랑이’ 감독으로 소문난 김 감독은 이날 만큼은 인자했다.
그는 “챔프전의 열기를 바탕으로 프로배구가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길 바란다”면서 “다음 시즌에는 승패에 얽매이기 보다는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철우(21), 송병일(23) 등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천안=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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