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 단체인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음악감독 박은희ㆍ피아니스트)이 성년을 맞았다. 1986년 여름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창단 연주를 한 뒤로 20년이 흘렀다.
국내 실내악단 가운데 이보다 오래된 단체는 올해 마흔 살의 서울바로크합주단(리더 김민ㆍ바이올리니스트)이 유일하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처음 출발할 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 등장했을 때도 국내 실내악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 실내악 축제를 만들겠다는 꿈을 담은 것이다.
이 단체는 실내악이 대개 현악앙상블인 것과 달리 현, 관, 건반, 타악에 성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해왔다. 특히 현대음악 소개에 힘써 한국과 외국 작곡가들의 창작곡을 꾸준히 연주해왔다. 단조로운 클래식 무대에 미술이나 연극 등 다른 장르를 끌어들인 것도 이 단체가 처음이었다.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코믹한 연기를 하거나 시를 읊고, 배우나 연출가와 함께 공연을 만들고, 무용가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매년 4차례 정기연주회 외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여름음악축제, 지방 소도시와 공단지역 연주도 쭉 해왔다.
창단 20주년인 올해는 그동안 해온 공연 중 가장 좋았던 것들로 여섯 번의 특별무대를 마련했다. 3일 저녁 8시 호암아트홀에서 ‘음악 속의 드라마’로 시작한다.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와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크로이처 소나타에 영감을 받아’, 괴테의 ‘파우스트’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 등 음악과 문학이 만나는 자리다.
이어서 쇤베르크, 메시앙, 스트라빈스키의 현대음악으로 꾸미는 ‘20세기의 정신’(6월 11일), 코믹 콘서트 ‘못말리는 음악회’의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판 ‘모차르트 하늘나라 상경기’(12월 7일) 등으로 관객을 만난다.
음악감독 박은희씨는 “앞으로 창작곡과 현대음악에 더 관심을 갖고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극 미술 무용 등 다른 장르와 만나 음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종합예술적 무대를 추구하고, 작곡가 중심으로 작품 해설과 연주를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의 (02)501-847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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