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당국으로부터 기밀 유출을 강요 받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상하이(上海)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직원의 유서 내용이 31일 밝혀졌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입수한 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자는 일본 직원의 개인적인 약점을 잡은 후 집요하게 정보 제공을 요구해 자살에 이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신관’이란 직책으로 총영사관과 일본 외무성이 주고 받는 기밀성이 높은 문서를 다루었던 일본인 직원은 노래방에서 사귄 중국 여성과 불륜 관계를 맺으며 불행을 자초했다.
중국 당국은 2003년 6월 이 여성을 매춘 혐의로 구속했다가 이례적으로 조기 석방하며 일본인 직원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여성의 소개로 일본인 직원을 만난 중국 당국자는 자신을 ‘공안 대장’이라고 밝히며 “개인적인 친구로 사귀자”며 계속 접근했다. 공안 대장은 교묘한 공작을 펼치며 다가섰지만 일본인 직원이 이에 응하지 않자 본색을 드러냈다.
공안 대장은 전출을 앞둔 일본인 직원을 불러내 “당신이 한 행위는 중국에서는 법률 위반이다”“우리와 만나고 있다고 말하면 곤란해 질 것이고 국가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당신이 협조하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중국인 여성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에 결국 굴복한 일본인 직원은 그 후 본격적으로 정보 유출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공안 대장은 총영사관 직원 명부를 펼치며 전 직원의 출신 부처를 묻는 것부터 시작해 “총영사관 직원이 만나고 있는 중국인의 이름을 말하라”는 등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일본인 직원은 적당히 거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내가 통신 담당인 것을 (중국측이) 알고 있는 이상 분명히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판단한 일본인 직원은 “내일 오후 7시 다시 만날 약속을 했는데 만약 만난다면 일본을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살했다.
일본인 직원은 자살 당일인 2004년 5월5일 총영사 앞으로 남긴 5쪽 짜리 유서에 “이동도 결정돼 기대하고 있었지만 일본을 팔지 않으면 (중국에서) 출국조차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이 길을 선택한다”고 적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