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 데뷔 타석의 2타점 적시타. 그리고 쐐기를 박는 대형 홈런.
일본 프로야구에 ‘교징(巨人)의 4번 타자 이승엽 시대’가 열렸다.
31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센트럴리그 개막전에서 이승엽(30ㆍ요미우리)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5타석 모두 출루한 가운데 볼넷 3개를 곁들이며 홈런 1개를 포함한 2타수 2안타 3타점 5득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이었다. 12-2의 대승을 거둔 요미우리는 지난 2001년 이후 5년만에 개막전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요미우리는 지난 1981년 화이트, 1987년 크로마티에 이어 역대 3번째 외국인 4번타자로 이승엽을 내세운 효과를 톡톡히 본 셈. 공교롭게도 요미우리는 개막전에 외국인 4번타자를 내보낸 시즌에 어김없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승엽은 완벽했다. 팀이 4번타자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1회말 첫 타석. 2006시즌 요미우리의 첫번째 득점이 이승엽의 방망이에서 터져 나왔다. 1번 시미즈가 볼넷으로, 2번 고사카가 안타로 살아나가자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은 3번 니오카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4번 타자 이승엽의 ‘한 방’을 믿은 선택이었다.
‘아시아의 대포’, ‘WBC 최강타자’라는 격문을 든 자이언츠 팬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이승엽은 하라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ㆍ3루에 주자를 놓고,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볼카운트 1-2에서 지난해 센트럴리그의 방어율(2.52) 탈삼진(177개) 부문 1위였던 요코하마의 에이스 미우라를 두들겼다. 시속 133㎞짜리 포크볼이 낮게 들어왔지만 이승엽의 배트는 날카롭게 돌았다. 전진수비하던 요코하마의 2루수 타네다가 몸을 날렸으나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타구. 이때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스코어는 2-0. 팀 승리를 확정 짓는 결승타가 이승엽의 몫이었다.
하지만 2타점 적시타는 그저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3회말 볼넷으로 걸어나간 이승엽은 6-2로 앞선 5회말 홈런을 터뜨렸다. 미우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요코하마의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가토의 5번째 공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긴 것. 가토는 볼카운트 2-1에서 몸쪽 싱커를 던졌지만 이승엽의 방망이를 견뎌내지 못했다.
이승엽은 7,8회에도 연속으로 볼넷으로 나간 뒤 홈을 밟아 5타석 모두 살아나가 득점을 올리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날 8안타 2실점의 완투승을 거둔 에이스 우에하라와 함께 공동 MVP에 선정된 이승엽은 “최선을 다해 연습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요미우리의 역대 4번 타자들은 대선수가 맡았는데 그 분들의 명성에 흠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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