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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합법화 이후 첫 여성 위원장 장혜옥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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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합법화 이후 첫 여성 위원장 장혜옥씨 인터뷰

입력
2006.04.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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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12대 위원장에 장혜옥(52ㆍ여) 경북 영주중 교사가 당선됐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첫 여성위원장이다. 장 위원장은 1989년 전교조 설립 때 가입했다가 해직된 후 1994년 복직됐다.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민주노총 중앙위원 등을 지냈다.

장 위원장은 3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교원평가제의 원점 재논의’를 강하게 주장, 또 한차례 정부와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졌다.

_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이 됐다. 첫 여성위원장이기도 하다. 소감은.

“현안이 워낙 많아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 전교조는 여교사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우리 사회에서 최초로 여성할당제를 실시했던 조직인 만큼 여성위원장이라고 해서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적인 마인드를 십분 활용해 조직과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

_전교조 내에서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정부와 부딪칠 일이 많을 것이고, 이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가 지키고 물러서지 않아야 할 원칙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이다. 원칙은 분명하다. 우리의 아이들과 교육을 살리자는 것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 교섭의 틀 안에서 정부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_줄곧 교원평가제에 반대하고 있는데.

“교원평가제는 정부와 보수 언론의 일방적인 여론몰이로 만들어진 졸속 정책의 전형이다. 정부는 정보를 독점했고 여론을 왜곡시켰다. 정부의 잘못된 논리에 전국민이 끌려간 셈이다. 교원평가가 과연 올바른 제도인지에 대해 실상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려야 한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_연가투쟁과 같은 실력행사로 갈 수도 있나.

“연가투쟁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합법적인 단체 행동이다. 단체행동권이 없는 교사에게 연가투쟁은 그나마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하는 것이다. 결코 과격한 투쟁 방식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에게 있다. 교원평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화의 통로를 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오히려 이제는 우리의 단체행동을 금기시하는 정부와 사회의 편향된 인식에서 벗어날 때다.”

_전교조가 생각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는 어떤 것인가.

“입시, 서열, 경쟁 중심의 교육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철저히 서열이 매겨진 극단적인 차별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반에서 몇 등 하니’라는 말이 쉽게 나올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기계적인 판단에 익숙해져 있다. 교육은 지식보다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

_고교ㆍ대학 평준화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것이 평준화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은 철저하게 서열화돼 있어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에 끌려 다닌다. 따라서 더 나은 환경을 찾아 강남으로, 해외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따른 경쟁과 서열의 개념을 깨뜨려야 한다. 교육의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_전교조가 초심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초심에 대한 향수는 개혁성이다. 안으로 곪아가고 있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민족 민주 인간화 등 80년대 후반에 가지고 있던 전교조의 문제 의식을 확장,인간이 우선되는 교육이 펼쳐지도록 노력하겠다.”

_전교조 소속 교사는 촌지 수수 등 교육을 망치는 불법 행위와 무관하다고 자신할 수 있나.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부모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체벌, 성추행 같은 잘못된 관행과 금품 수수 등 불법 행위와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 조합원들에게 강력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교조 가입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젊은 교사들이 느끼는 매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가치관의 사람들이 임용고시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오지만 개인의 지적 우수성만으로 교사생활을 한다면 학원교사와 다를 바 없다. 교사와 학생, 교사 상호간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 정부의 교사임용제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_한나라당 등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개정 사립학교법은 전교조가 당초 원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맞불 재개정 투쟁’을 할 계획이다.”

_새로 출범한 교원단체인 자유교조가 전교조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다.

”비판은 비판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성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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