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프랑스에서는 노동자, 학생, 시민이 1968년 혁명 이래 최대의 총파업, 시위를 벌였다. 보도에 따르면 총파업에는 500만명의 노동자가, 그리고 거리 시위에는 150만 학생과 시민이 참가한 엄청난 규모였다. 파리 시위에는 수십만이 참가하여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 노동자파업에는 일반 제조업, 사무직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철도, 항공, 은행, 우체국, 병원, 교사, 공무원 등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비정규직확대법 弗 총파업 촉발
특기할 점은 그야말로 국가를 멈추는 대파업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불법 폭력행위가 포함된 총파업, 거리시위에 대해 프랑스 시민들의 지지 여론은 무려 63%에 달했다.
프랑스의 총파업사태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파업의 원인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최초고용계약법’은 26세 미만의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취업 2년 내에는 자유롭게 허용하자는 비정규노동 확대 법안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학생, 노동자, 야당은 기업가만을 살찌우는 해고자유법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보호대상인 청년, 실업자들이 오히려 반대하는 ‘보호법안’을 정부가 만든 셈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의 비정규노동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이며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 850만명에 이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노동 관련법안’을 정부는 ‘보호법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비정규노동 확대법’으로 보고 강력한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모든 노동자들을 2년 이하 계약직 노동자로 고용할 수 있으며, 고용의 사유를 제한하는 ‘사유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파견노동의 경우 현재 보호 법률이 있음에도 불법파견은 만연해 있다.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 GM대우 등에서 지금도 계속되는, 그리고 노동부가 인정한 불법이다. 노동자들이 어떻게 정부법안을 확대 법안이 아니랄 수 있겠는가. 비정규 노동자들이 굴뚝과 고압송전탑에 올라가고 목숨을 내놓고 반대해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사유제한을 포함시키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충언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잔인한 달, 4월에는 ‘양극화를 해소하자’며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참여정부’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선진국 프랑스를 보면서 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처지였다. 최근 몇 년 한국에서도 철도와 지하철, 항공 조종사, 병원노동자, 공무원노동자, 각종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다. 지금도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의 경우 공공부문 파업은 거의 불법파업이 되고 정부와 사용자의 탄압을 받았다.
중요한 공익사업장의 경우 정부의 ‘직권중재 선언’에 따라 보수 언론은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선다. 귀족노동자, 불법 폭력, 국가경쟁력 손실, 시민들의 불편 등 각종 반 노동자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규모 구속과 수배, 해고, 손해배상 청구, 노조 탄압으로 이어졌다.
●파업에 분노만…양국간 차이 질감
파업에 무조건 분노를 터뜨리는 시민과 네티즌들이 넘쳐나는 한국과 여러 불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3분의 2가 이를 지지하는 프랑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먼 것만은 아니다. 이웃의, 다른 시민들의 기본 권리를 존중하는 선진 인권국가와 대다수 국민이 나서 노동자의 멱살을 쥐는 우리사회의 차이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노중기ㆍ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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