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증의자 100개로 만든 '창작극 둥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증의자 100개로 만든 '창작극 둥지'

입력
2006.04.01 00:04
0 0

배우에 의한, 배우의, 배우를 위한 극장이 대학로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1일, 그 탄생을 천하에 알리는 첫 작품이 공연된다. 극단 배우세상의 배우세상 소극장.

“의자 하나씩 사 주세요.” 지난해 11월 중견 배우 김갑수(50)가 지인들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것은 말하자면 기금 모금의 시작이었고, 지금의 극장에서 보듯 기증자 이름이 명시된 100개의 좌석이 마련된 계기였다.

한승헌 변호사, 만화가 박재동, 영화감독 곽경택, 극작가 이강백, 영화배우 염정아 등 연극, 영화, TV 드라마를 통해 배우 김갑수의 팬이 돼 있었던 각계 인사들은 좌석 기증 명목으로 성의를 표했다. 지난 1월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80평 규모의 번듯한 소극장으로 거듭났고, 갹출에 선뜻 응한 주인공들은 객석 의자에 이름이 각각 새겨졌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임을 상기시킨다.’ 어찌 보면 전혀 새롭지 않은, 그러나 날이 갈수록 퇴색해 가는 명제를 이 극장은 지상의 과제로 내걸었다. 매체다, 신개념 연극이다, 또 뭐다 해서 날이 갈수록 초라해져 가는 배우, 곧 인간의 자리를 극장에서 되찾아 올리자는 다짐이다.

10년 가까운 세월의 열매다. 1998년 창단돼 아룽구지, 아리랑 소극장을 중심으로 1년에 한 편씩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온 이 극단은 창작극 중심이라는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다양한 연출가, 작가, 배우들 간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창조의 열기는 그 동안 이 떠돌이 극단을 지탱시켜 준 최대의 힘이었다.

번듯한 자기 공간을 갖게 된 이 극단이 첫 주자로 선정한 작품은 ‘일주일’. ‘박근형표 연극’이라는 깃발 아래 마니아들을 몰고 다니는 연출가 박근형씨가 고현옥씨의 신작을 들고 젊은 배우들과 뒹굴며 만든 작품이다. 당연히 극단 배우세상이라는 깃발 아래 공연된다.

특수강간치사 사건 용의자로 구속된 네 청년에게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숨가쁜 진실 게임의 현장이다. 불량아, 정박아 등 정상을 벗어난 인간들을 연기하는 젊은 배우들의 몸짓과 언어는 현실을 뺨친다.

“이 배우들은 힘이 대단해요. 물불을 안 가리죠. (하는) 척하지 말고, 실제로 하라고 주문하죠.” 온 몸을 던져 연기하는 배우들에게서 나오는 한 줄기 바람이 박씨의 말꼬리를 잘랐다. 서울 출신들이지만 현지 사람에게 배운 경상도 사투리가 투박스럽기 짝이 없다. 실제 치고 받는 싸움 장면에서는 찬 바람이 휙휙 지나간다. 따귀 치는 소리가 찰지게 들리는가 싶더니, 따귀 맞은 배우의 얼굴은 금새 벌개진다.

‘일주일’은 4월1일부터 6월4일까지(오후 7시30분, 월쉼). 다음 작품으로는 신작 ‘그림자 도시’(차근호 작ㆍ최용훈 연출)가 기다린다. 현재 이강백, 김태수 등 굵직한 작가들이 신작 발표 무대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싸이월드의 ‘배우세상’(baewoosesang) 팬 카페가 이들의 인터넷 거점이다.

“이 곳은 제단이다.” 이 극장을 두고 하는, 김갑수씨의 지론은 그렇다. 연극에 모든 것을 건 젊은 배우들은 그 제단으로 몸을 던진다. 5년차 단원 김덕수(38ㆍ스탭)는 “연습이 없어도 하루 세 시간은 신체 훈련과 발성 등에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 (02)743-2274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