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빠들은 피곤하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휴일에도 사람 관리에 시간을 빼앗길 때가 많다. 자녀들과의 대화는 언감생심이다. 잠시 틈이 나더라도 함께 놀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니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진짜 원하는 것은 아빠의 사랑과 친밀한 관계의 회복인데도 말이다.
프랑스의 동화작가 뱅상 퀴벨리에가 쓴 ‘비온 뒤 맑음’은 ‘아빠와의 배낭여행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12살 소년 벤자민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가 헤어졌기 때문이다. 가끔 아빠를 만나기는 하지만, 어색하고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무관심한 줄로만 알았던 아빠가 배낭여행을 제안한다.
이 책의 원제는 ‘킬로미터 제로’이다. 아빠와 아들 사이의 ‘마음의 거리’를 상징한다. 두 사람은 20일간 300㎞를 함께 걷는다. “이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나는 아빠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0㎞) “내게 관심도 없던 아빠가 이러는 게 어색하다.
하지만 말 한마디 없이, 곧장 걷기만 하는 것보다야 나을지도 모르지.”(8㎞) “걸으면서 아빠는 기분 좋은 얼굴로 내게 자꾸 말을 걸었다. 전에는 그것이 반갑지 않았지만, 지금은 싫지 않다.”(89㎞) 300㎞의 도보여행을 마친 뒤 이들 부자에겐 무슨 일이 생겼을까?
2003년 프랑스 청소년문학상(최우수)을 받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이지만, 좋은 부모를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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