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삼남매 앞에 나타난 판다 곰 ‘평심’이. 귀여운 외모와 달리 ‘고요한 물’이란 뜻의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삼남매는 차례대로 평심이의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에 빠져드는데…. 존 무스의 그림책 달을 줄 걸 그랬어’(이현정 옮김, 달리, 9,500원)다.
도둑에게 한 벌 뿐인 옷을 벗어주고도 아름다운 달을 주지 못한 걸 안타까워하는 라이 아저씨. 모든 일엔 행복과 불행이 교차한다는 걸 아는 농부. 노여움이라는 마음의 짐을 일찌감치 내려놓는 노(老) 수도승.
익숙한 듯 낯선 이야기들의 정체는 동양의 선(禪)사상이다. 사물의 진실은 고요한 물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라야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평심이가 들려주는 세상이 삼남매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른 것처럼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갖는 유쾌함을 즐길 수 있다면 결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교훈을 다 알아들을 필요도 없다. 아이들이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면 족하다. 어차피 뛰노는 아이들에게 명상 수련은 버거운 일.
수채화처럼 맑은 존 무스의 화법이 푸근하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부모들이 들춰봐도 좋다.
박선영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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