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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목수, 화가에게 말걸다' "나는 문제화가 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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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목수, 화가에게 말걸다' "나는 문제화가 최병수"

입력
2006.04.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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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라는 화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1980~90년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그림을 기억한다. 매캐한 최루탄 연기를 배경으로 건물에 걸려있던 ‘한열이를 살려내라’, ‘노동해방도’, ‘백두산’ 등 민중의 열불 나는 몸부림을 그린 작품들이 바로 그의 것이다.

1960년생인 최병수는 전수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중국집 배달부, 잡역부, 보일러공 등을 전전했고 화가가 되기 직전까지 목수였다. 1983년 문제성(?) 벽화를 그리던 친구를 도우려고 나무 발판을 만들다가 졸지에 경찰서에 들어갔다. 구속 요건을 고민하던 형사는 직업을 목수가 아닌 화가로 적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관제 화가’인 셈이다.

이후 그는 형사의 희망대로 진짜 화가가 됐다. 민주화의 현장에서 시작된 그의 미술운동은 노동, 반전, 반핵, 여성, 환경 등 우리 사회의 현안과 관련된 모든 분야로 확대됐고, 장르의 폭도 단순한 그림이 아닌 조각, 설치, 행위예술 등으로 넓어졌다.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려 ‘펭귄이 녹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을 떠난다’ 등의 환경 관련 작품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행동파 미술가가 됐다.

책은 최병수에 관한 이야기다. 자라고, 화가가 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이다. 과거의 목수 최병수가 현재의 화가 최병수와 말을 나누는 형식이다. 최씨가 말로 회고하면, 지인이자, 옛 미술잡지 기자이자, 현직 목수인 김진송씨가 글로 옮겼다. 그의 이야기지만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다. 살아왔고 일했던 그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동행한다. 현재의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세상의 걱정거리도 마찬가지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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