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10년 연속 우승의 꿈. 고지가 눈 앞에 보이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눈꼽 만큼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젖 먹는 힘까지 다해 코트를 누비겠다.’
‘무적함대’ 삼성캐피탈의 9연패를 이끈 ‘갈색폭격기’ 신진식(31)과 ‘월드스타’ 김세진(32)은 “삼성화재가 이번에는 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신진식의 실제 나이는 34살. 김세진은 33살. 백전노장의 한숨은 ‘흐르는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는 옛 어른의 말씀을 떠올리게 만든다.
마음은 앞서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제자의 모습에 스승 신치용(51) 감독의 마음도 아프다. 어떻게 뛰어야 현대캐피탈을 이길 수 있는 지 방법은 알고 있다. 하지만 믿었던 제자들의 몸 상태를 지켜보자니 한숨만 나온다. 석양처럼 마지막으로 투지를 활짝 불사르기를 바랄 수 밖에.
신치용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패배후 “신진식, 김세진과 함께 97년 슈퍼리그 우승을 함께 일궜다”면서 “시작을 이들이 했으니 마무리도 이들이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신치용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동고동락하던 제자들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못했다.
신진식(188㎝)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수비에서는 현대캐피탈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받아내야 하고, 상대 오른쪽 거포 후인정(198㎝)의 타점 높은 강타는 블로킹으로 막아야 한다. 1차전처럼 스파이크를 펑펑 터트려 줘야 삼성화재가 살아날 길이 생긴다.
몸 상태가 유독 나쁜 김세진(198㎝)은 특급용병 숀 루니(206㎝)의 고공강타를 막으라는 특명을 받았다. 루니의 키가 워낙 커서 김세진이 아니면 루니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 신 감독의 생각이다.
삼성화재(1승2패)와 현대캐피탈(2승1패)이 맞붙은 2005~06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은 1일 오후 2시 15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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