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론스타코리아 사무실 등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은 수사 절차상 예상이 됐으면서도 매우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동안 자료 분석을 이유로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김재록씨 로비의혹 사건이 한창 진행중인 대검 중수부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을 벌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전격 압수수색 배경 지난 주 김재록씨를 구속하고 일요일 현대차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언론은 연일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세간의 이목도 모두 이 사건에 쏠렸다. 이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론스타 압수수색에 검찰 주변에선 ‘허를 찔렀다’는 표현을 썼다. 검찰은 “그 동안 내사를 진행해왔고 상당부분 혐의가 확인돼 압수수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압수수색의 효과를 감안할 때 전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씨 수사가 막 진행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압수수색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김씨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과 최근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두 사건은 완전히 별개이다. 다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도 읽힌다.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각 차익에도 불구하고 세금 한 푼도 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해외투기자본에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국세청과 금감원, 감사원 등 국가기관이 론스타 조사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해 검찰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최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뒷북수사’를 하게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향후 수사 전망 압수수색의 양상으로 볼 때 향후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론스타 펀드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검사 2명 등 수사인력을 보강했으며 국세청과 금감원 등 유관기관의 지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수사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출국금지를 통해 관련자의 도피 가능성도 차단했다. 당장 체포나 구속 보다는 출석을 통보해 응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차분하게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도 “외환은행 매각 동향을 지켜보면서 차분히 수사를 진행시키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죄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탈세 사건과 외환도피 사건을 우선 수사해 론스타를 압박한 뒤 핵심 수사과제인 외환은행 헐값매입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김재록씨 로비의혹과 관련해선 김씨 사건을 맡고 있는 중수1과가 론스타 사건을 맡고 있는 중수2과와 협조해 추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