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이른바 ‘서민금융기관’에 대해 수표발행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서민들의 금융거래 편의를 위해 이들 금융기관에도 당연히 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자칫 군소 지역금융기관에게 화폐나 다름없는 수표 발행을 허용하는 것은 결제제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이다.
3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현재 은행에만 부여되어 있는 수표발행권한을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사실 수표발행은 서민 금융기관들의 오랜 숙원과제다.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신협 모두 은행처럼 예금도 받고 대출도 해주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인터넷뱅킹까지 가능한데 유독 자기앞수표만 발행이 안돼 불편과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새마을금고는 예금고객이 수천만원을 인출하더라도 현찰로 줘야 한다. 고객이 수표를 원하면 금고측은 인근 은행에서 수표를 끊어와야 한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은행에 지급되는 수표발행 수수료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민금융기관의 수표발행은 편의차원에서 허용해줄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부정적 견해도 많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표는 화폐처럼 자유롭게 유통되어야 하는데 과연 ‘○○은행’ 아닌 ‘○○금고’ ‘○○신협’의 발행처 도장이 찍혀 있는 자기앞수표를 일반인들이 믿고 주고 받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은 수표를 없애고 고액권을 발행하거나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변경)을 단행하자고 주장해온 터라, 수표발행 기관을 넓히는 조치가 반가울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수표발행 금융기관이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경우다. 금융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만에 하나라도 발행한 수표에 대해 지급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결제시스템 전체의 안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공신력 문제가 남아 있는 서민금융기관의 수표발행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이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신협 등에게 자기앞수표 발행을 허용하려는 것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민원해결 차원이란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 서민 금융기관들도 자산건전성이 우량한 곳에 한해 자기앞수표를 발행하자는 입장을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상태다. 새마을금고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2002년부터 인터넷뱅킹 등 금융결제망에 참여하고 있지만 한번도 지급문제가 터진 적이 없지 않느냐”며 “우량금고 위주로 수표를 발행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금주중으로 한은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 의견을 취합, 허용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서민금융기관의 자기앞수표 발행은 시행령(수표법)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허용결론이 내려질 경우 상반기안에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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