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녀석이 반짝반짝 이게 뭐냐. 니가 무슨 여자냐?”, “어휴, 이 촌티. 넌 언제까지 이 칙칙한 남색 넥타이만 매고 살꺼냐? 보석 박힌 이 넥타이가 올 봄 유행 스타일이라고요. 유행!” 오랜만에 만난듯한 30대 초반의 남자 둘이 나누는 대화. 주변 남성들이 시선이 ‘올 봄 패션’을 강조한 그 남자의 복장에 쏠린다. ‘올 봄 유행 스타일이 도대체 뭔데?’
짙은 정장차림 안에 흰색 셔츠를 받쳐 입었고 오렌지색 넥타이를 맸다. ‘평범하구만 뭐.’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색다르다. 와이셔츠 칼라의 버튼에 엄지손톱만한 큐빅이 박혀있다. 반짝 반짝하면서 목 언저리의 허전함을 없애준다. 자세히 보니 넥타이에도 깨알 같은 보석들이 줄줄이 붙어있다. 움직일 때마다 은은하게 광채를 내고 있다. 그의 말대로 ‘나름’ 멋스럽다.
남성 정장에까지 ‘반짝이’가 침범했다. 단조롭기만 하던 와이셔츠 칼라에 몇 년 전부터 스티치 포인트를 주더니 이번에는 반짝거리는 ‘스왈로브스키(큐빅 같은 보석류)’를 박았다. 지난 해부터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 반짝이 패션은 셔츠를 새로 마련하는 봄을 맞으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보석장식의 디자인이나 색깔도 훨씬 다양해졌다.
셔츠의 목 둘레에 전체적으로 작은 스왈로브스키를 박은 것은 아기자기한 느낌이고, 버튼 단추에만 크게 포인트를 준 것은 고급스런 분위기를 낸다. 목칼라와 세트로 소매단에까지 반짝이를 넣은 것, 심플하게 소매의 단추만 스왈로브스키로 처리한 것도 있다. 보석단추와 스티치가 같이 매치된 셔츠는 화려하다. 분홍색과 푸른색에 같은 톤의 스왈로브스키를 박은 컬러풀한 셔츠도 양복과 매치하니 고급스럽게 어우러진다.
넥타이도 반짝이 덕분에 한층 더 화려해졌다. 기존에 자주 등장하던 꽃 모양과 스트라이프, 기하학적인 무늬 사이사이에 색을 맞춰 ‘스왈로브스키’를 박았다. 넥타이 하나만 놓고 보면 화려함의 극치지만 실제로 맨 후 양복까지 입고 나면 V존 안으로 상당 부분이 가려져 결코 요란하지 않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파코라반의 정병영 사원은 “요즘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독특한 셔츠와 넥타이를 찾는다. 정장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 한정돼 있다 보니 와이셔츠나 넥타이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의외로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새로 나온 반짝이 넥타이를 구입했다는 최보성(32ㆍ직장인)씨는 “몇 년 동안 매일 비슷한 셔츠에 넥타이, 정장을 입다 보니 너무 지겨웠다. 처음에는 반짝이 장식이 너무 요란한 것 같았는데 막상 하고 출근해 보니 화사해서 분위기도 전환되는 것 같고 좋았다”고 전한다.
평범한 정장에 이처럼 포인트 장식이 들어간 셔츠나 넥타이를 매치하면 V존이 살아나 젊은 느낌을 준다. 타이는 스티치 색상이나 정장의 스트라이프 색상과 유사한 컬러를 매치하는 ‘톤 온 톤(Tone on Tone)’ 코디가 단정해 보인다. 특별한 자리나 모임에 어울리는 화려한 느낌을 주려면 색감이 강한 핑크나 레드 계열을 선택한다. 단, 멀티 스트라이프 셔츠에 화려한 타이를 코디하기 보다는 둘 중 하나만 강조하는 것이 요령.
블랙과 실버 그레이 정장이 꾸준히 유행을 하면서 이에 어울리는 화이트 셔츠를 많이 입게 된다. 화이트 셔츠의 스왈로브스키 디자인은 깔끔하게 일렬로 늘어놓은 것부터 보석 3개를 꽃처럼 묶은 것, 여러 개를 물결무늬로 나열한 것 등이 눈에 띈다. 세련된 인상을 줄 수 있는 모노톤의 코디에는 이런 아이템이 제격이다.
제일모직 갤럭시 이그제큐티브의 박민선 디자인 실장은 “단조롭던 셔츠가 다양한 디자인으로 진화중이다. 셔츠는 정장이나 타이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편이지만 셔츠에만 조금 신경을 써도 패션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며 “반짝이 셔츠와 넥타이를 활용해 화려함이 은근히 묻어나도록 코디하면 도회적인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남자들이여, 두려워 말고 회사 갈 때 반짝이를 입자. 사내 최고 멋쟁이로 군림할 것이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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