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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 어머니, 그 위대한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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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 어머니, 그 위대한 이름으로

입력
200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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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 어머니야.”

온갖 놀라운 소식마다 어머니들의 눈부신 뒷바라지 성공 사례가 꼬리를 문다. 미국 프로풋볼리그 결승전의 최우수선수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세계 주니어 피겨대회 정상에 우뚝 선 은반의 요정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 자녀들이 건설공사장의 소음과 먼지 속에서 공부하게 놔둘 수 없다며 밤샘농성과 법정투쟁까지 불사한 끝에 공사를 중단시킨 서울 원촌중학교 어머니들, 분유 속 이물질을 찾아내 수입판매사의 영업을 정지시킨 어머니들….

●굶어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듯하고 기분좋은 것들을 죄다 아우르는 말은 엄마, 또는 어머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에티오피아의 유니세프 사업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하지만 나오지도 않는 젖을 빨며 기운없이 우는 아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티오피아 아기엄마들의 표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영양실조나 설사에 시달리다 숨진 자녀의 주검 옆에서 눈물조차 메마른 듯 망연자실 앉아있던 어머니들. 그 후로 어머니라는 말에 고통스럽고 슬픈 어감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평화, 위로, 희생, 기쁨, 용서 등 생명을 살리는 환한 느낌만으로 채워진 존재가 아님을 뼈아프게 실감했던 까닭이다.

1993년 방문했을 당시 사람도 자연도 온통 바짝 말랐던 에티오피아. 10여년이 지난 요즘도 그곳에는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허기와 절망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 175만명을 헤아린다.

1인당 국민소득은 120달러에서 90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74만명 정도는 당장 마실 물이 없어서 설사나 이질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뙤약볕을 무릅쓰고 하루 대여섯 시간씩 맨발로 걸어가서 길어오는 싯누런 물조차 말라버린 땅.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먹고 마시고 씻는데 필요한 물이 15리터는 돼야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데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에티오피아 뿐 아니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륙의 절반 가량이 애타게 단비를 기다리고 있다. 안심하고 마실 물이 없는 인구가 약 42%, 화장실도 없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나날을 이어가는 인구가 74%다.

지구 저편의 아프리카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심리적으로도 아득히 먼 나라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이나마 높아지는 듯하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한 경제협력이라든가 외교전략적 필요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다. ‘손잡아줘야 할 이웃’으로 받아들이자고 말하려니까 역시 눈길 닿는 대상은 이 땅의 어머니들이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기에 아들 대신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자주국방도 문제없다는 농담까지 생기게 만든 한국 어머니들의 뜨거운 가슴이 제일 미덥다. ‘혼자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 제목처럼 더불어 사는 기쁨과 보람을 자녀들 가슴에 심어줄 수 있다면 한국 어머니들의 위대한 모성애는 가족이기주의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질긴 자식사랑 '나눔'으로 커져

수원의 연세모아병원은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2,000원씩 기금을 적립해서 가난한 나라의 헐벗고 굶주린 어린이들을 도와달라며 유니세프에 기부한다. 또 나눔을 통해 아기를 얻은 가족들의 기쁨을 더욱 뜻깊게 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축하카드를 산모의 퇴원가방에 넣어준다. 이처럼 아름답게 아기 탄생의 기쁨을 두 곱 세 곱 증폭시키자는 뜻깊은 축하캠페인이 점점 더 많은 산부인과 병원들로 번지고 있다니 참 반갑다.

생일, 입학, 졸업, 우승, 퇴원, 세례, 결혼 등 특별히 기념하거나 축하할 일들은 수없이 많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좀도리쌀 모았듯이 신발이나 모자 책가방 따위를 하나 더 사는 셈치고 지구촌의 어느 아이를 위해 기부한다면 감사와 기쁨도 두 배로 커질 것이다. 자녀는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과 보람을 저절로 익혀 어엿한 세계시민이 될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어머니는 역시 최고”라는 찬사가 따를 것이다.

김경희ㆍ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계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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