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따' 학생인데요. 우리 얘기 신문에 좀 쓰면 안되나요." "방따가 뭐예요." "방따 모르세요. 지역균형선발제로 뽑힌 학생들을 다른 학생들이 '따'하는 건데요." "왜요." "실력도 안되면서 같은 대학에 들어와 공부하는 게 기분 나쁘고, 생김새와 옷차림도 촌스럽다고 하네요."
나는 늦은 시간에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뒤지다 이런 전화를 받았다. 편입생을 '왕따'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이런 소리는 처음이었다. 같은 대학입시를 거쳐 들어온 학생들을 전형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따돌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올 신입생이라는 이 학생은 얘기를 이어갔다.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데 지역균형선발제로 입학했다고 하니까 저한테 말을 안 거는 거예요. 처음이라 서먹서먹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어요. 며칠 후 조를 나눠 리포트를 쓰는 수업이 있었는데 저하고 같이 하겠다는 학생이 없었어요. 과 미팅에도 안 데려가고 밥도 같이 잘 안 먹으려 해요."
나는 "학생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학생은 "초ㆍ중ㆍ고교 때는 친구 사귀는 데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같은 처지의 2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더니 '친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하더군요. 기자님도 한번 당해보세요.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나는 "그 정도로 왕따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마인드를 좀 바꿔 보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집에 가면서 곰곰이 되새겨 보니 객관적으로 왕따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이 학생이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전화 제보를 기사가 아닌 컬럼으로 쓰기로 했다. 기사는 안되고,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도 아까운 얘기니까.
지역균형선발제는 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도입한 입시제도다. 낙후지역 고교에서 학교별로 2~3명을 추천 받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아닌 내신성적으로 선발한다.
'대도시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다' '대학은 역시 실력대로 가야 한다'는 등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대학의 다양성 확대와 약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이 제도는 바람직하다. 2005학년도에는 659명, 2006학년도에는 680명을 이 전형방식으로 선발했는데 앞으로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하니 다행스럽다.
지역균형선발제 학생들은 최근 '사고'를 한건 쳤다. 서울대에 따르면 인문ㆍ사회계열 지역균형선발제 학생들의 지난해 대학 학점이 4.3점 만점에 3.17점으로 주된 전형 방식인 정시모집 선발자의 성적(3.05점)보다 높았다. 쾌거다.
그래서 아예 서울대가 지역균형선발제와 특기자 전형 방식으로 선발되는 학생의 비율을 거의 100%가 되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다소 황당한 생각을 해보았다. 서울대가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학년도 입시에서 이 비율은 46.9%다.
여기에는 덤도 있다. 사회적 소수그룹과 특기자가 다수가 된다면 지역균형선발제 학생 같이 자신들을 '일류대 속의 이류'라고 여기는 부류도 없어질 것이니 말이다.
이은호 사회부 차장대우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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