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6ㆍ30, 8ㆍ31 부동산대책 등을 쏟아냈지만 현장에선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편법 대출이 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기관들은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하거나 담보물 기준 가격을 과다 적용하는 등 갖가지 규정을 어기면서 대출을 늘리는 데 혈안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30일 12개 은행, 11개 보험사, 18개 저축은행 등 44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21개 금융기관에서 690건, 817억원의 위법한 대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의 6ㆍ30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투기지역의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LTV 요건 강화. 투기지역내 6억원 이상 아파트 구입 자금 대출시 60% 이내로 적용하던 LTV의 충족요건을 강화해 요건에 맞지 않으면 40%로 낮추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점검에서 이를 어긴 사례가 233건(328억원)이나 됐다.
원리금 전체를 균등 분할 방식으로 상환할 경우에만 LTV 60%를 적용할 수 있는데도, A 은행은 일부 원금을 만기에 상환토록 하면서도 LTV 60%를 적용했다. 또 6ㆍ30 대책으로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한 기업 자금 대출이 금지됐으나 이를 어기고 대출해 준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8ㆍ31 대책도 마찬가지. 담보물 기준가격 관리가 강화됐지만, B은행은 국민은행 부동산시세 일반거래가를 기준가격으로 적용해야 하는 내규를 어기고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액을 임의로 적용해 대출한도를 어겼다. C은행은 40%인 LTV를 초과해 추가로 1억원의 신용대출을 해주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기업운전자금으로 대출받은 자금으로 아파트 구입에 쓴 사례도 148건(436억원)이나 적발됐다. 이중 79건(217억원)은 낮은 금리의 엔화를 대출 받은 경우로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60% 가량 차지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편법 대출이 활개를 치면서 지난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금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연초 월 증가액이 5,000억원 수준이던 주택담보대출금 잔액은 5월 들어 급격히 늘어 6월에는 3조 4,000억원이 증가했다. 이어 6ㆍ30대책이 나왔지만 2조원대로 계속 증가했고 8ㆍ31대책 후 기세가 다소 꺾이긴 했으나 1조 5,000억원대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편법 대출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은행간 경쟁 때문에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은 은행을 떠나고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다 보니 대출 시장이 한정돼 있어 은행간 경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며 “결국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다 보니 편법 대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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