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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박근혜와 한명숙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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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박근혜와 한명숙의 '경쟁'

입력
2006.03.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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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의원이 총리로 지명되어 국회 인준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인준을 통과하면 그는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다.

남자들의 전유물이던 정치 분야에서 최근 여성들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난파선처럼 흔들리던 당을 수습하여 당당하게 이끌고 있고, 한명숙 의원은 여성부와 환경부장관을 역임한 2선의원의 관록으로 행정부 수반에 지명됐다. 여성 의원들도 국회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대다수가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 '여자의 적은 여자'식 대결 안돼

그러나 아직 여자들이 갈 길은 멀고 험하다. 각 신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 의원을 총리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노 대통령의 승부수’ ‘구원투수 한명숙’ 등의 제목을 달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장 상씨를 지명했을 때도 사정이 비슷했다. 그는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시점에서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장 상씨는 국회 인준을 받지 못했고, 뒤이어 임명된 장대환씨도 인준을 받지 못했다. 총리 지명자가 줄줄이 낙마할 만큼 여야관계가 나빴고, 그랬기 때문에 ‘여성 총리’라는 국면전환용 승부수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한 의원을 지명한 배경에는 박근혜 대표를 의식한 계산도 엿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박 대표는 절대권력자의 딸로 살아왔고, 한 의원은 그 절대권력자에 맞서 투쟁해 왔다.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아버지나 남편의 후광으로 성공했지만 한 의원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두사람의 생을 비교했다.

한나라당도 가만있을 리 없다. “박 대표는 자신의 힘으로 당을 재건하여 오늘 이 자리에 왔지만, 한 의원은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해 준 것이기 때문에 비교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두 사람은 ‘경쟁 대상’으로 몰려가고 있다. 박 대표가 독점해 온 여성정치인의 상징성이 여성 총리의 활약으로 빛을 잃게 될 것이며,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 이런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것은 여자들이 흔히 겪는 상황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비슷한 수준의 여자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경쟁을 부추기고, 혹시 여자들 사이에 불화라도 있으면 침소봉대하여 사태가 악화되는 경험을 한 여자들이 많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식의 말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이번 경우 다행스러운 것은 한 의원이나 박 대표나 지금까지 드러난 인품으로 볼 때 강요된 경쟁구도에 휩쓸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맡은 일에 온 힘을 다할 것이므로 경쟁구도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신혼 6개월만에 남편이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13년이나 수감생활을 했고, 그 자신도 2년의 옥고를 치렀던 한 의원은 강인함과 온화함을 함께 지닌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파란만장한 가시밭길을 꿋꿋하게 헤쳐나온 그의 삶에 인간적인 신뢰감을 갖게 된다.

박근혜 대표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무대에 등장했지만, 아버지의 후광만으로 오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사심없이 정성을 다하는 자세로 소박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확립했다. 그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조차 점점 단단해지는 그의 리더십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들은 혼탁한 한국정치에서 ‘꼼수’ 따위를 쓰지 않는 바른 리더십을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쪽의 성공이 다른 한 쪽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한명숙 총리의 등장에는 박근혜 대표의 약진이 큰 도움이 됐다. 마찬가지로 한명숙 총리의 성공은 박 대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나라 딸들의 '큰 꿈' 모범돼야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청문회에서 한명숙 총리의 탄생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장 상씨를 낙마시켰던 유감스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한명숙 총리지명자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서로 흠집을 내서는 안된다. 두 사람은 이 나라 딸들이 높은 꿈을 꾸게 하는 귀한 존재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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