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도용의자로 공범 A와 B를 검거했다. 증거가 없어 자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찰은 이들을 독방에 따로 넣고 “자백하면 무죄추정, 침묵하면 징역10년”이라는 파우스트 협상을 제시한다.
상대의 태도를 전혀 알 수 없는 둘은 스스로 가장 합리적 선택을 한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상대방 증언에 의해 5년의 형벌을 받는다. 함께 침묵했다면 석방될 수 있음에도 각자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이 나쁜 결과로 돌아온 ‘죄수의 딜레마’다. 10년 넘게 완전범죄를 누리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도 이 딜레마에 허우적대다 감옥에 갔다.
■ AㆍB 둘의 판단과 선택이 다중으로 확산되면 군중심리로 변한다. 군중의 익명성이 스스로 독방에 있다는 착각을 부여한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비행이나 공격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불안과 공포가 첨가되면 이러한 딜레마는 확연히 드러난다. 영화관 화재 등에서 모두가 최선의 탈출구로 향하니 하나의 문으로 몰려 사상자를 키운다.
경북 상주 콘서트참사나 롯데월드 사고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까운 출입구를 찾는 나의 선택,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고 빨리 나가겠다고 결정하는 2차적 행동은 지극히 합리적이지만 딜레마의 폭은 커진다.
■ 이러한 심리와 행태, 주관적 결정과 예측되는 반응, 드러난 결과를 체계화한 것이 ‘게임이론’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어서 상황과 상대에 따라 스스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 이론이 ‘죄수의 딜레마’를 피해갈 수 있다면 노벨상 감이다.
실제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F. Nash)는 게임이론을 극복하는 ‘내쉬균형’ 개념을 정립해 노벨경제학상(1994년)을 받았다. 천재 수학자 내쉬가 인문학적 발상으로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과정은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 딜레마에 빠지기 십상인 ‘게임’이 모두가 손해를 덜 입고 전체적 효용이 극대화하는 ‘내쉬균형’에 이르기 위해서는 쌍방의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다. 기업간 경쟁이나 국가간 분쟁에서 게임과 균형이론이 효율적으로 적용되는 이유다.
당연히 적용될 듯한 현실정치에선 오히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 적지 않다. (‘죄수’라는 비유의 표현이 송구하지만) 정동영 씨와 고 건 씨의 딜레마, 강금실 씨와 열린우리당의 딜레마 등이 ‘내쉬균형’에 이르려면 양측 모두 상호 예측 가능한 합리적 사고(이기적 판단은 기본이겠고)가 전제돼야 한다.
정병진논설위원 bjji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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