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온 날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더더욱 한국이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는 물론 아시아의 이웃 국가들과도 다르고 독특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내가 굳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을 비교하려는 이유는 세계가 점점 서구와 비서구라는 두 개의 권역으로 나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세상으로 이뤄진 균형
한국이 다른 국가와 차별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정학적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반도(半島) 국가다. 반도는 대륙적인 특성과 동시에 바다와 접하고 있는 까닭에 섬의 기질도 갖기 마련이다.
경제는 물론 자잘한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모든 문화는 그러한 반도적 특성 위에서 발달해왔다. 유라시아 대륙을 통해 건너온 서구적 영향은 물론, 바다를 통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도 받아들인 것이다.
이 같은 화두를 느닷없이 꺼낸 것은 나 자신이 반쯤은 한국인인 동시에 반쯤은 영국인인 까닭이다. 나는 요즘 부쩍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대니얼 헤니처럼 한국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 즉 ‘하파스(hapasㆍ 아시아계와 혼혈인 서구인)’이다.
과거에는 나 같은 반쪽짜리 한국인들은 한국 문화에서 배제됐었다. 서구인과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하파스들이 이처럼 차별받았던 이유는 미군의 사생아들에 대해 팽배했던 편견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점차 서구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하파스에 대한 냉대는 사라져갔다.
나는 반도처럼 나 같은 하파스들은 두개의 서로 다른 세상 사이에 이루어진 일종의 균형이라고 믿는다. 또 그 결과 동양과 서양 사이에 끼여 살아간다. 어린 시절 미국에 살 때 나의 어머니는 언제나 두 종류의 식사를 준비했다.
아버지를 위해 스파게티를 비롯한 서양식 식단을 준비하면서 당신이 드실 밥과 김치를 따로 차리는 식이었다. 나와 형제들은 두개의 세상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으며, 때때로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도와준 경험이었다.
나는 그래서 최근 대니얼 헤니 같은 하파스로 인해 일어난 변화들이 한국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또한 외국문화를 수용하는 자세가 점차 성숙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처음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내 어머니의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날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웠고, 모든 배움은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갖게 해주었다.
●서로를 향해 열려있어야 발전
날마다 나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나의 반쪽인 한국인에 대해 크나큰 긍지를 느끼고 있다. 또 한국이 지금처럼 세계를 향해 더욱 더 열린 자세로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강력한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가렛 키ㆍ다국적 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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