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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2> "성격, 성형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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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2> "성격, 성형이 됩니까?"

입력
2006.03.3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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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도 성형이 됩니까?”

26세 미혼 여성 H양은 진료실을 찾아와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성격도 성형이 되느냐는 H양의 말은 의미심장했습니다. H양은 아버지를 꼭 닮은 자신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의 성격이 병인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병이면 치료를 해야 되겠고, 병이 아니라고 해도 미용 성형을 하듯이 성격을 고쳤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성격이란 그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모든 스타일과 특징을 결정하는 마음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성격적 특성은 성장기에 형성되어 10대 후반과 20대에 이르면 뚜렷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후 성인기의 성격 형성 과정은 유연성을 다분히 상실하기 때문에, 성인기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격은 그 사람이 타고난 고유의 기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진행되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및 적응과정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즉, 어른이 되어서도 성격은 변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는 병으로 인해 뇌의 구조가 바뀌는 경우입니다. 머리를 다치거나, 심한 뇌염을 앓거나, 마약을 하는 경우 장기적인 후유증으로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이 풍부하던 사람이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상냥하던 사람이 난폭하고 거칠게 되기도 합니다.

큰 심리적 충격이나 장기간의 정서적 고통을 받은 후에도 성격이 변합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큰 사고, 장기간의 인신 구속 같은 일을 당한 후에 사람이 달라졌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처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어른들의 성격은 변합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상황에 적응하는 방식이 좀 더 성숙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기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응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성격이 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환경에의 적응은 성격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치료를 통해서도 성격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즉, 정신분석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상담치료를 하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 적응력 향상에서부터 보다 근본적인 성격 특성의 변화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H양과 같은 경우 어떻게 해서 성격을 고칠 수 있는 것일까요. 성인기 이후 성격의 변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열쇠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하나는 지속적인 경험이며, 또 다른 하나는 대인관계입니다.

다 자란 실험동물의 뇌가 장기간 일정한 자극에 노출되는 경우 그에 맞게 뇌 회로의 일부가 재구성된다는 것은 증명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신경가소성’이라고 하며, 이것은 지속적인 경험에 의해서 성격이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학적인 근거가 되겠습니다.

이처럼 성인기에도 어떠한 정서, 생각 또는 행동의 지속적인 경험이 있을 때 뇌 회로의 일부에 구조적인 변화가 오면서 그에 맞게 성격이 변화하게 됩니다. 뚜렷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고 단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대인관계는 우리의 성격을 변화시킬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하는 바와 행동양식이 달라지고,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H양은 이러한 제 권유에 따라 주 1~2회 정신분석가의 도움을 받아 이 두 가지 열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후에 만난 H양은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H양은 더 이상 자신의 성격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역시 성격 성형은 괜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한테는 이미 상당히 달라진 H양의 성격이 잘 보였습니다. H양은 바라던 성격 성형을 받은 셈인 것입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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